文 "국가폭력 진상 밝혀내야"
오월 유족 곳곳서 눈물 훔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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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황태종 기자】 1980년 5월,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에 맞선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거행됐다.
특히 이번 기념식은 지난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은 광주 북구 민주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옛 전남도청 앞은 1980년 5월 10만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민족민주화대성회'를 열고 횃불행진을 했던 곳이자 최후 항쟁지로 5·18의 상징적 공간이다.
기념식에 참석한 5월 단체 관계자는 "옛 전남도청에 끝까지 남아 신군부에 맞섰던 열사들의 피가 서려 있는 곳에서 정부가 5·18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를 하는 것은 정부가 그날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기념식은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주요인사, 여야 지도부, 5·18민주유공자 및 유족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통상 5·18기념식에는 5000여명이 참석해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예년보다 대폭 축소했다.
기념식은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26년'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을 활용한 도입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어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국민의례, 묵념사, 경과보고, 편지낭독,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정부기념일 지정 이후 올해 처음 도입된 묵념사 '바람이 일었던 곳'은 김용택 시인이 집필했고,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이 낭독했다.
경과보고는 정부 관계자나 5월 단체장이 아닌 5·18민주화운동 유가족인 남녀 대학생(차경태·김륜이씨)이 처음으로 맡았다. 이들이 "불의에 맞서 일군 민주화 역사를 올바르게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어 5·18희생자 임은택씨의 부인 최정희씨(73)의 원통한 사연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으로 소개됐다. 임씨는 1980년 5월 21일 3공수여단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졌고, 열흘 만에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최씨는 "여보 다시 만나는 날, 나 너무 늙어다고 모른다 하지 말고, 삼남매 반듯하게 키웠노라고 고생했다고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세요. 보고 싶은 당신, 만나는 날까지 안녕히 계세요"라고 울먹였고, 기념식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오월 유족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안타깝게 편지 낭독을 듣던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발포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며 "처벌이 목적이 아닌,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기념공연에서는 5·18 40주년을 맞아 작곡가 정재일씨와 영화감독 장민승씨가 제작한 '내 정은 청산이오'가 최초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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