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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제주농협 마늘 수매가 낮은 이유 '중간상인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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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제주농협 수매가가 정부 수매가보다 낮아...중간상 눈치보기"

제주농협 "깐마늘로 팔리다 보니 중간소매업자 교섭력 큰 것은 사실"

제주CBS 이인 기자

노컷뉴스

마늘 재배 농가로 구성된 제주마늘생산자협회 등이 18일 농협 제주본부 앞에서 수매단가 원천무효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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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제주 마늘을 오는 23일부터 수매하기로 했지만 농민들은 단가가 정부 수매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1kg당 2000원으로 결정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은 제주 농협의 수매가 결정이 마늘 생산자 보다는 중간상인들의 눈치만 본 것이라고 비판했고, 농협은 깐마늘로 소비되는 특성상 중간소매업자의 교섭력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는 18일 농협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올해산 마늘 수매단가를 1kg당 2000원으로 결정해 오는 23일부터 수매한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대정읍을 시작으로 제주시 한경면 등 서부지역, 제주시 조천읍 등 동부지역 순으로 수매가 이뤄진다.

농협은 생산비와 정부 수매가 등 마늘 재배 농가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했지만 밭떼기 거래가 3.3㎡당 8000원 수준에 불과하고 깐마늘 시세도 1kg당 4000원에 머무는 등 유통상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매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 대정농협 등 마늘 생산지역 농협들로 구성된 마늘제주협의회가 지난 15일 마늘 수매가를 kg당 2000원에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농협은 지난해 마늘 수매 등의 손실로 그동안 적립한 채소수급사업 적립금이 대부분 소진돼 올해 적자가 다시 발생하면 조합 경영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농협은 앞으로 월동채소 전체 농산물 유통과 가격 손실에도 대비해야 하고 다른 채소 재배 농가의 형평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농협과 마늘 재배 농가가 계약한 수매는 '매취형 사후 정산 방식'으로, 추후 마늘 가격이 상승해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농민들에게도 그 수익을 돌려주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농민들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고우일 부본부장은 "마늘 수매가가 결정됐지만 시세변동에 따라 향후 추가로 정산할 수 있고 농협별 여건에 맞춰 달리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올해 마늘 생산 예상량은 모두 3만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9% 정도에 해당된다.

농협은 제주 마늘 생산량의 36%인 1만 800여 톤을 수매하는 것으로 농가들과 당초 계약했다.

다만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김태범 차장은 "처리 물량을 1만 3500톤까지 늘려 45% 가량을 농협이 처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늘 재배 농가는 제주 농협이 결정한 수매가가 정부 단가 1kg당 2300원(1등급 기준) 보다도 300원이 적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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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재배 농민들이 18일 농협 제주본부를 항의방문해 변대근 농협 제주본부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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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산 전국 생산 예샹량이 35만 7000톤으로, 5만 2000톤이 과잉 생산될 것으로 보고 지난 12일 마늘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마늘농가로부터 1만톤을 수매하기로 하고 단가는 1등급의 경우 kg당 2300원으로, 2등급은 2100원으로 결정했다. 제주에는 515톤이 배정됐다.

마늘재배 농민들로 구성된 제주마늘생산자협회는 18일 농협 제주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농협 조합장들이 정부보다 낮은 수매단가로 결정한 것은 마늘 농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원천무효를 요구했다.

박태환 제주마늘생산자협회장은 "생산비에도 한참 못미치는 가격을 수매단가로 결정한 것은 농민의 삶을 짓밟는 행태"라며 마늘 주산지 농협 조합장들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전국 지역조합 단위에서 먼저 마늘 수매가를 결정하면 그런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정부가 수급대책을 만들어 왔는데 올해는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이 우려되면서 정부가 산지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수매가를 고시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또 이번 수매가 결정이 중간 상인들의 눈치만 본 것이라며 농협을 비판하고 있다.

김형자 대정여성농민회 회장은 "전국의 5대 상인들에게 오로지 납품하려고 구걸하다시피 해서 낮은 가격으로 결정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김태범 차장은 "요즘 대부분 깐마늘 형태로 소비자에게 팔리다 보니 저장과 유통은 물론 가공까지 포함되는 등 중간 소매업자가 많은 것이 마늘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월동무 처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닌 깐마늘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중간 상인들이 많이 끼여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또 "중간 상인들이 사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고 버티면 버틸수록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여서 중간소매업자들의 교섭력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깐마늘 처리시설이 연간 4000여 톤에 불과해 더 늘려야 하지만 농협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깐마늘 처리 시설은 서귀포시 대정과 제주시 함덕, 김녕, 고산 등 모두 4곳에 있는데, 1곳당 연간 1000톤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마늘 재배 농민들은 생존의 문제라며 당장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제주마늘생산자협회는 이날 농협 제주본부를 항의 방문해 변대근 본부장과 이창철 대정농협 조합장 등에게 마늘 수매가를 다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농협측은 수매 개시일인 23일 이전까지 수매가 조정을 위한 마늘제주협의회를 다시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농민들은 정부와 국회,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도 마늘산업을 위한 자구적인 대책을 만들라며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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