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5·18민주화운동 40주년 행사도 대거 축소

5·18행사위, “코로나 2차 확산으로 전야제 비롯 부대행사 대부분 취소”

연희동 전두환 사저 앞 시위에도 3~4명 모여

15일 오전 광주 북구청 광장에서 북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사흘 앞두고 518인분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주소현 기자]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0년을 맞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광주에서는 전야제를 비롯한 부대행사들이 축소·취소됐다. 서울에서는 전두환 씨 사저 인근 항의 집회에도 소규모 인원이 모였다.

18일 오전 10시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다. 5000명 이상 참석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400명 수준으로 축소하고, 코로나 감염에 대비해 만 65세 미만만 참가하도록 했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이하 5·18행사위)는 “코로나 2차 확산으로 더욱 움츠러든 상태”라며 “주말에는 예년에는 전야제 행사와 함께 여러 부대행사 있었는데 전야제가 취소되다보니 다 동반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행사위 측은 16~17일에도 유족 등을 초대하는 공식 행사 광장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벌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은 시민들과 개별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들로 채워진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지 않는 문화 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지난 16일에는 광주광역시 북구 금남로에서 ‘오월시민행진’이 열렸다. 대규모 시민행진을 취소하는 대신 5월 희생자를 기린 인형을 제작하는 데 참여한 인형작가와 광주지역 미술인, 시민을 중심으로 거리를 행진했다. 지난 16~17일 농업·실업광주센터, 생명나눔실천광주전남본부 등 단체에서도 주먹밥 나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서울 연희동 전두환 씨 사저 인근에서는 광주 민주시민 학살에 대한 대국민 사과·미납추징금과 은닉 불법재산 몰수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주최인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측은 오전 10시께 전 씨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시끄러운 국민들의 모습이 여태까지 전두환에게 전달이 됐지만 전두환은 꿈쩍도하지 않고 국민들 속만 타들어갔다. 지금도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 모습에 공감해주시길 바란다”며 "(이날) 많은 행사가 전국적으로 벌어질 예정이다. 서울 시내 곳곳 행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집회에 대비해 전씨 사저 앞에 50~60명을 배치했으나 코로나 감염 우려로 실제 모인 인원은 3~4명 정도였다.

5월이면 전국 각지의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광주를 방문해 5월의 정신을 기리던 모습도 올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수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역사기행단을 꾸려 광주 5·18국립묘지, 전남대학교, 광주 시내 등을 1박2일로 다녀왔다. 그러나 올해는 대면 개강을 하지 않아 총학생회가 공석인 데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대규모 인원이 함께 광주를 방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대학교 측은 학교 자체 일정 외에 5·18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를 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남대 중앙운영위원회 측은 “지난 11일에 5·18 국립묘지에 참배를 다녀왔다”며 “올해는 5‧18 당일날 특별한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전남대는 캠퍼스 내 5·18 정신을 기려 정의의길·인권의길·평화의길을 모은 ‘민주의길’ 완공 행사를 한다. 고려대학교 측은 “대규모 행사가 어렵고 현재 총학생회가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이어지기에 따로 기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광주를 다녀왔다는 고려대 졸업생 김모(25)씨는 “예년에는 보통 묘지 참배 이후 전남대나 광주시내 여기저기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장소 돌아다녔다. 금남로에서 하는 퍼레이드나 문화제 참여하고, 전남대 잔디밭에서 밤새 술 마시고 전남대 체육관에서 잤다”며 “올해는 5‧18 40주년으로 더욱 의미가 깊은데 행사가 축소돼 아쉬운 마음에 혼자 광주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