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설치비 개당 2억원…폐기시 감사 대상 될 수 있어"
한두 달 내 철거…뜯긴 자리에는 경위 알리는 안내판 검토
이곳에 있는 10명의 전직 대통령 동상 중 5·18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책임자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과 각종 기념물이 사라진다.
이들의 흔적 지우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철거 결정된 전두환(좌)·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시종 충북지사 주재로 열린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 회의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방침이 정해졌다.
각각 250㎝ 높이의 동상은 두 사람 이름을 붙인 산책로 '전두환 대통령길'(1.5㎞)과 '노태우 대통령길'(2㎞) 입구에 세워져 있다.
애초 청남대 대통령광장에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청남대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겨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는 9명의 대통령 동상이 설치돼 있었다.
다소 조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들 동상은 지난달 청남대 정비사업 과정에서 철거돼 현재 창고에 보관 중이다.
지금 있는 동상은 충북도가 2013년부터 2년여간 20억원을 들여 새롭게 제작한 것이다.
청남대를 이용한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은 대통령길 앞에, 자신의 이름 붙인 산책로가 없는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 동상은 역사교육관 앞 양어장 주변에 설치했다.
청남대 내 전두환 대통령길 |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한다.
충북도는 이를 근거해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통령길 앞 동상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동상만 철거하는 게 아니라 해당 대통령길의 명칭도 변경하기로 했다.
새로운 명칭은 도민 공모나 설문을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철거 경위 등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청와대 본관 모습을 60% 크기로 본떠 2015년 6월 준공한 대통령기념관 안에 있는 두 전직 대통령 기록화 역시 철거된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전시물은 그대로 둔다.
청남대관리사무소 측은 치적을 홍보하는 내용이냐, 아니면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것이냐가 철거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기록화 |
동상과 기록화 등 철거한 전시물은 일단 창고로 옮겨진다.
동상만 하더라도 개당 2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에 폐기할 경우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남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세부적인 작업은 여론 수렴을 통해 도민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진행할 방침"이라며 "도민 자존심과 결부되는 문제인 만큼 한두 달 이내에 서둘러 마무리 하겠다"고 말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의 여름 휴가 장소로 이용되다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돼 관리권이 충북도로 넘어왔다.
앞서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과 길을 두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및 대통령길 폐지를 촉구해 왔다.
jeon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