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페이지 미국 측 문서 전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공개
완전한 형태 비밀해제 첫 전달 사례…향후 진상규명 협조할 길 열려
전두환 "개인적 야심 없다"…신군부 기만행위 추가로 드러나
군사정권 거치며 사라진 5·18 '미싱링크' 확보할 가능성 기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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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미국 측의 비밀 해제 문서가 우리 정부에 처음으로 공식 전달되면서 발포 명령 지휘체계 등 5·18의 완전한 진상규명이 이뤄질지 기대된다.
◇'신군부 세력 정권 찬탈~광주 학살' 경과 담긴 미국 비밀문서 공유
외교부는 지난 12일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43건 143페이지 분량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문서(사본)에 대한 검토 작업을 거쳐 15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들 문서는 부분적으로는 이미 공개된 것이지만, 이번에는 기존에 누락됐던 비밀해제 부분까지 포함된 완전한 형태로 우리 측에 전달됐다.
주로 주한미국대사관이 국무부에 보낸 전문 형태의 이들 문서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시한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이후 이듬해 5월 광주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이르기까지의 경과와 미국 측 정세 판단이 담겨있다.
◇당시 미 대사, 전두환 신군부를 야심많은 "Young Turks"로 지칭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는 12·12 쿠데타 이틀 후 전두환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을 처음 만나 그에 대한 인상과 평가를 본국에 보고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 신군부 세력을 야심찬 젊은 장교단을 뜻하는 'Young Turks'로 지칭하며 정치적 야심이 많은데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전 사령관은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도 아니고 반란도 아니며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적인 야심이 없고, 개인적으로는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정치 자유화 일정(liberalization program)을 지지하며, (쿠데타로 인한) 군부내 분열상도 한 달 내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철저한 기만전술을 폈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1980년 5월 17일 자정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자 다음날 이희성 계엄사령관을 면담한 결과도 추가적으로 공개됐다.
이 사령관은 계엄령 확대를 통해 국회 해산과 대학 휴교 조치 등을 내린 이유에 대해 "이런 통제가 없다면 한국이 베트남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산화될 것을 우려한다"고 강변했다.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지난달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친 뒤 광주 동구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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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사망으로 대통령 직을 승계한 최규하 정권의 나약하고 불안한 국정 운영의 단면도 추가 공개됐다.
1980년 5월 17일 글라이스틴 대사를 만난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은 "학생 소요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온건한 방식에 대한 군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최 대통령이 계엄령에 대해 언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전문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미국 측이 1996년 관련 문서를 1차 공개했을 때 제외되긴 했지만 대체로 알려진 것들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실의 발굴로서의 의미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완전한 형태의 비밀해제 문서를 처음으로 제공함으로써 향후 5·18 관련 문서 공유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진상 규명이 오랜 시일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선 이미 사라진 관련 기록을 미국 측 협조를 얻어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국무부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향적으로 관련 문서를 전달한 것은 굉장히 우호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기에 미국 측이 추가로 공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측 문서에 대한 접근이 특히 중요한 것은 5·18 진상규명의 '미싱 링크'라 할 수 있는 발포 명령 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10여년을 이어가는 동안 발포 명령과 관련한 국내 기록물은 거의 대부분 폐기됐다.
당시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발포 명령에 대한 기록도 주한미군 등 미국 측이 어디엔가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제공한 문서 가운데는 국방부 소관 기록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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