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보다 비싼 재래시장
현금유도 하는 전자상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및 배부가 시작되며 골목상권에 하나둘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다. 전자상가는 가전제품을 둘러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동네 자전거 점포에도 사람들이 들어찬다. 전통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어차피 써야 할 돈'인 재난지원금을 놓고 온라인 오픈마켓 대비 가격을 높여놓고 손님과 흥정을 벌이는 얌체 상인들 탓에 소비자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 에어컨 한번 보고 가세요." 14일 오후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는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그동안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손님이 늘었다. 일부 매장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을 알리는 안내 문구를 붙여놓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분주했다.
전자상가가 최근 때 아닌 특수를 누리는 것은 가구당 최대 100만원이라는 목돈이 생기지만 사용 기한이 오는 8월31일까지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백화점,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형 전자제품 매장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돼 개인사업자가 입점해 있는 곳으로 몰렸다.
테크노마트에서 가전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김창수(52ㆍ가명)씨는 "최근 전화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좀 전에도 재난지원금으로 냉장고를 사간 예비부부가 있다"고 말했다.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짓게 된 이들과 달리 전자상가를 찾은 소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대부분 제품이 인터넷 오픈마켓, 대형 전자상가보다 비쌌다. 결국 매장 주인과 흥정해 가격이 정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벽걸이 에어컨을 문의하자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00만원의 가격이 적혀 있는 에어컨을 지목하자 매장 주인은 "현금으로 결제하시면 인터넷 최저가까지 맞춰드리겠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해당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는 60만원대로 매장 가격과 약 40만원 차이가 났다. 재난지원금으로 사려면 바가지를 쓰라는 얘기인 셈이다.
전통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던 과일을 이제는 백화점보다 비싸게 팔고 있었다. 15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 내 청과물 매장 세 곳을 둘러본 결과 사과 5개의 가격은 평균 1만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사과 5개의 가격은 6980~898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3000원 이상 저렴했다. 심지어 신세계백화점에서 2만3100원에 판매하는 '세척사과 15알'보다도 가격이 비쌌다.
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수현(33ㆍ가명)씨는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상인들의 얌체 상혼에 기분만 나빠졌다"며 "과일을 사러 나왔는데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라 다른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