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사옥 전경. 사진 KB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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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2일 라임 플루토에 대한 우선환매권 및 확정기준가를 포기하는 내용의 예탁결제원 환매 청구 정정 주문 서류에 최종 서명했다. 이는 라임자산운용이 하루 전 KB증권 측에 보낸 공문을 보내 요청했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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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안분배분 안 돼' 입장 철회
라임자산운용이 KB증권에 지난 11일 보낸 공문. 정용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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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이 포기한 플루토 우선환매권은 지난해 9월 26일 KB증권 측이 라임운용에 환매를 신청하면서 확보한 권리다. 우선환매권을 확보한 펀드는 라임AI프리미엄 시리즈·라임 타이탄 3~6호 시리즈·라임 테티스 5~10호 시리즈 등 플루토에 투자한 자펀드다. 우리은행·대신증권 등에서 주로 판매됐다. KB증권은 이들 자펀드에 TRS를 제공한 플루토 수익자다.
KB증권이 라임 측에 환매를 신청한 지난해 9월 26일은 라임운용 환매 중단 선언(10월 1~8일)보다 앞선 때다. 라임운용은 당초 환매중단 선언일 전에 환매를 신청한 펀드에 대해 우선환매권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라임운용은 그러나 지난 2월 14일 이런 방침을 번복하고, 모든 고객에게 보유지분 대비 동일한 비율로 안분배분한 금액을 환매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세웠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 라임 펀드의 부실투자 정황이 발견돼 기준가격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간 KB증권은 우선순위를 인정하지 않고 안분배분한다는 라임운용 계획에 반대해왔다. 안분배분이 KB증권 TRS 고객인 자펀드 수익자들의 투자 손실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3월 25일 라임운용에 공문을 보내 "라임자산운용의 일방적인 안분배분 조치는 이미 발생한 KB증권의 청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KB증권과 TRS 계약을 체결한 자펀드 수익자들에 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업무협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통보했다.
KB증권이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KB증권 내부에선 우선환매권을 포기한 것이 TRS 계약 상대방인 자펀드 수익자들의 재산상 피해를 유발하는 결정이라는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법 제355조의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앞서 KB증권이 라임운용에 보낸 공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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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대신증권 투자자들에 유탄
KB증권의 우선환매권 포기 결정으로 KB증권과 TRS 계약을 맺은 3개 자펀드(라임AI프리미엄 시리즈·라임 타이탄 3~6호 시리즈·라임 테티스 5~10호 시리즈) 수익자들은 143억원의 추가 투자 손실을 볼 위기에 놓였다. 만약 KB증권이 우선환매권 행사를 관철해냈다면 이들 자펀드 수익자는 300억원을 환매받을 수 있었다. 우선환매권을 포기하고 안분배분을 적용하면 이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투자금은 그 절반 수준인 157억원이다.
KB증권의 이번 결정으로 회수율이 올라가는 펀드도 있다. 플루토에 투자한 나머지 모든 자펀드다. KB증권이 포기한 143억원을 플루토 설정액(9391억원)에 포함해 안분배분하면, 플루토를 편입한 모든 자펀드는 플루토 편입비중 별로 약 1.5%씩의 회수율 상승 효과를 본다. 여기에는 KB증권에서만 판매된 라임AI스타 1~3호 시리즈도 포함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KB증권 내부에선 왜 우선환매권 포기 결정을 내렸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예상 회수율이 심각하게 훼손된 3개 자펀드의 수익자들에게 KB증권과 판매사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릴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라임운용이 지난 2월 안분배분으로 환매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법률검토를 지난 11일 마치면서 환매연기펀드 안분배분 관련 업무 처리 요청을 해온 것"이라며 "집합투자업자인 라임운용은 자본시장법에서 정한대로 환매 연기 등의 사유 발생시 환매 연기와 환매 방식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고, 모든 법적인 책임도 라임운용에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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