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자영업 대출 급증
중장기 금융부실 뇌관 우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철현 기자]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 계층의 '빚폭탄'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구조적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에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하면 이들의 상환 능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 대출이 중장기적 금융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239조4193억원이었던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올들어 4월 말까지 4개월 동안 10조8887억원 증가해 250조308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의 올해 1월 대비 2월 자영업 대출 증가율은 0.64%에 그쳤는데 3월에는 1.22%로, 4월에는 2.20%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0년 4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전체 은행의 4월 말 자영업 대출 잔액은 356조8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0조8000억원 불어났다.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음식점업, 도ㆍ소매업 등 경기에 특히 민감한 업종에서 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방안이 처음 발표된 지난 2월7일 이후 이달 8일까지 3개월 동안 정책금융기관ㆍ시중은행ㆍ제2금융권에서 총 104만4000건, 87조원의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이 이뤄졌다. 건수 기준으로 음식점업(22만1000건)에 대한 지원이 가장 많았고 소매업(17만6000건)ㆍ도매업(11만8000건)순이었다.
연체율 또한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 각종 유예조치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연체율이 폭증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위험요소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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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의 기미를 보이던 시장의 사정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시 악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입점업체 520여곳을 대상으로 매출액 설문조사를 해보니 서울 지역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발생 15주차(5월11일) 매출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64% 감소했다고 답했다. 전주인 14주차(4월27일)의 53.8%보다 매출 감소율이 10.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4월 초부터 소상공인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회복 추세를 보였지만 5월 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서울ㆍ경기ㆍ인천 등지의 소상공인 매출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자영업 계층의 대출 순증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12조원(시중은행 3조5000억원, 기업은행 5조8000억원) 규모로 준비한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대출은 4월에만 5조원(시중은행 2조원, 기업은행 3조원 내외) 가량 집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약 5조원의 자금은 이달 집행되고 있는데 신청 수요가 예상보다 커 4조4000억원이 추가 배정됐다. 이마저도 빠르게 고갈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오는 18일(신청시작일) 가동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은행권에서 최소 월 6조원 이상의 자영업자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은행권의 원화 대출증가율이 당초 목표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2015년 7.73%에서 지난해 4.62%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올해 시중은행들의 대출증가율 목표치는 4%대 초반. 하지만 올해 최대 9%가 넘는 대출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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