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하루 970만 배럴 감산 약속했지만
실제론 하루 770만 배럴 줄이는 데 그쳐
이달 하루 1400만, 다음달엔 800만 배럴 남아돌아
산유국들의 감산분을 빼도 재고는 쌓이고 쌓인다.
육상ᆞ해상 저장시설 탱크톱 공포는 현실
다음달 말엔 육상 저장시설까지 다 채워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5월 1일 감산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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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의 원유감산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의 거래 마감은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다시 WTI 가격이 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할까?
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흥미로운 셈법이 제시됐다. 블룸버그 통신의 경제정보분석회사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가 최근 보고서에서 ‘1400만 배럴’, ‘800만 배럴’, ‘7억 7500만 배럴’이란 숫자를 바탕으로 한 셈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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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엔 하루 1400만 배럴 남아돌아
먼저 1400만 배럴은 5월의 일일 공급 초과분(재고)이다. 이달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원유수출국(OPEC+)이 하루 970만 배럴씩 감산을 시작한 첫 달이다. 일단 감산분을 고려하지 않은 재고량이 하루 1400만 배럴이란 얘기다.
올 상반기 국제원유 시장의 공급과 수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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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줄어든 기름 소비다. 5월 하루 평균 소비량은 7600만 배럴 수준으로 예측됐다. 반면, 생산은 9000만 배럴 정도다. 둘의 차이가 하루 1400만 배럴이다.
그나마 남아도는 원유 규모가 줄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한창이던 4월에는 하루 2100만 배럴씩 저장고에 쌓였다. 5월 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재고량이 줄었다.
남아도는 원유가 6월에는 조금 줄어든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하루 800만 배럴 정도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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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산유국의 감산 꼼수
다음달의 하루 재고량이 800만 배럴씩 늘어난다면, OPEC+ 감산(하루 970만 배럴)을 고려하면 6월이면 재고량이 줄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4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하루 평균 3079만 배럴을 뽑아냈다. 2019년 2월 이후 최대치다. 또 3월보다 일평균 182만 배럴 더 생산했다.
OPEC 회원국이 감산을 앞두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감산 기준이 대부분 4월 생산량”이라고 했다. 기준치를 올려 감산하더라도 하루 생산량이 크게 줄지 않게 한 셈이다.
OPEC 회원국의 전형적인 꼼수다. 1990년대도 OPEC 회원국들이 감산 기준시점에 증산해 감산 효과를 반감시키곤 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꼼수 때문에 “하루 970만 배럴이 아니라 770만 배럴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 달 하루 재고량 800만 배럴에 미치지 못한다. 원유 재고는 계속 늘어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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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톱(tank top)은 온다!
올 4월20일 전후 마이너스 유가는 탱크톱 두려움 때문이었다. 원유저장 시설이 다 차는 우려다. 최근 미 원유 재고량이 예상보다 덜 늘었다. 그 바람에 최근 WTI 가격이 20달러를 웃돌 수 있었다.
미국 원유 재고와 저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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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탱크톱은 글로벌 원유 생산과 소비를 고려하면 여전히 살아 있는 뇌관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6월 말 재고량이 모두 7억75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며 “특히 육상과 해상 저장시설 95%가 5월 말에 소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탱크톱 두려움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
유조선은 5월 말이면 다 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멕시코만에 유조선 70척이, 싱가포르 주변 바다엔 100여척이 대기 중이다. 이 배들이 채울 수 있는 원유는 4억3000만 배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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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얼마가 적정가격이야?
원유의 생산과 소비, 재고량 등을 바탕으로 한 셈법에 따르면 WTI의 적정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라는 게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분석이다.
생산-수요 불일치가 더 커져 재고량이 급증하면 적정사격은 더 내려간다. 재고량이 10억 배럴을 넘어서면 적정 가격은 15달러 수준이다.
시장은 사후적으로 진실과 거짓이 드러나는 곳이다. 예측이 빗나갈 수 있는 리스크를 늘 안고 있는 이유다. 핵심은 미국과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요 산업국가의 경제활동 재개가 정도와 속도다. 이는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다. 국제유가 미래가 정치인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방증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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