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시대 '소외된 고령층']
11일부터 카드사 홈피서 신청
창구 등 오프라인은 18일부터
ARS 접수 제안했지만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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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한 신청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은행 영업점, 읍면동 주민센터 등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경로는 18일에야 열려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홈페이지를 통한 신청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일주일 이상을 더 기다려야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신청·지급 채널을 도맡은 카드사들은 신청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카드 연계 은행 창구,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통한 신청도 11일부터 받을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춰왔지만 정작 정부 지침에 따라 18일부터 일괄 개시하게 됐다. 촉박한 준비 기간에 맞춰 시스템 마련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카드사들 사이에서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이어 카드사가 또다시 ‘민원 총알받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근심도 감지된다.
6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은 11일부터 우선 지급 대상자를 제외한 전국 1,890만여가구를 대상으로 신청이 시작된다. 각 가구의 세대주가 본인 명의의 신용·체크카드에 지원금을 충전하거나 선불카드·지역사랑 상품권(종이·모바일·카드 중 선택)으로 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급 수단에 따라 신청 시기와 방식, 사용 방법 등이 모두 다르다.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가장 빨리 지원금을 받는 경우는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인 명의의 신용·체크카드로 충전을 신청하는 사람이다. 각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신청이 유일하게 11일부터 개시되기 때문이다. 신용·체크카드 충전을 신청하면 통상 이틀 안에 입금이 완료된다. 앞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경기도 홈페이지를 통해 일괄 신청을 받아 각 카드사에 정보를 전달하면 카드사가 다시 해당 신청자를 확인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입금까지 길게는 5영업일 이상 걸렸다. 정부는 소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각 카드사로 하여금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직접 신청을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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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온라인 신청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카드사 연계 은행이나 주민센터를 통한 오프라인 신청은 18일부터 열려 카드사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일주일 뒤에나 신청이 가능하다. 지급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얘기다. 디지털 취약계층과 소득 취약계층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청 방식에 시차를 둔 것은 재난지원금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 신청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일주일 이상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ARS 전화 신청이라도 11일부터 허용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지만 확답이 없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신청이 늦춰지면서 카드사 홈페이지 과부하 우려도 커졌다. 정부는 경기도 재난소득의 경우 신청 첫날 접속자 폭주로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던 것을 고려해 이번에는 온라인 조회·신청에도 출생연도 5부제를 적용했지만 카드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급 규모와 신청 대상이 경기도 사례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데다 시스템 개발 기간도 공휴일을 포함해 열흘 남짓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시스템 개발과 서버 증설·대여에 각자 15억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민원 폭탄’ 우려도 크다. 특히 경기도 사례처럼 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혼선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원금은 세대주가 거주하고 있는 광역시도 내 카드사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주소지가 통상 서울 본사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지방에 위치한 직영점인데도 해당 지역 주민이 지원금을 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생하는 민원은 카드사가 받아야 한다. B카드사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카드사 취급액을 늘리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비용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오히려 부정적”이라며 “카드사들은 자체 시스템으로 정부 지원금을 대신 지급하는 것이지만 민원은 카드사가 감당해야 해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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