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량 늘었지만 구직자는 더 크게 늘어
코로나 초기 1,200원 이던 배달 단가 700원으로
주 5회 배정되던 일감도 1~2회로 줄어들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포에서 태권도학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밤이면 학원 승합차를 끌고 물류센터로 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였지만, 줄어든 학원생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두달 째인 새벽 배달 부업마저 예전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일주일에 4~5일 이상 물류 배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한 두 번만 배정된다”며 “1,200원이던 건당 배송료는 700원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맞이한 운수·창고업에 노동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며 ‘투잡족’들은 남아있던 동아줄마저 사라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택배 물량이 늘어났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몰리면서 1인당 배정되는 택배량과 배달 단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찾은 서울의 한 물류센터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위해 외제차까지 몰고 온 사람들까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운수 및 창고업도 이전만큼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자동차를 끌고 온 렌터카업체 사장 50대 B씨는 “하루에 배정되는 물량은 40~50건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은 대신 배정 받는 날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일거리를 잃은 대리기사 분들이 몰린 데다 유명 연예인이 배송업무를 병행한다는 방송까지 나가면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은 16만8,000명, 숙박 및 음식업은 10만9,000명, 교육 서비스업은 10만명이 감소했다. 반면 운수 및 창고업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배달업 호황으로 취업자가 7만1,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됨에 따라 4월까지 집계된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 수는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시장이 유연하지 않다보니 특정업종에 노동력이 쏠리는 것”이라며 “돈을 풀어 소비심리를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노동력이 적재적소에 배정될 수 있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