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전국민 고용보험…부담 커지는 자영업자 반발 예상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영업자 인센티브 주면 기금 고갈 우려

실업급여 받는 폐업기준도 혼선

아시아경제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점포에서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걸고 마지막날 영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1~2월에는 비수기라 매출액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정부가 고용보험료를 의무화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다."


4일 충남 아산시 염치읍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0)씨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논의에 대해 걱정부터 쏟아냈다.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과제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꺼내들었지만 해결해야 할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보험료 부담 등을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 형태는 의무가입과 임의가입 두 가지다. 직장인은 취직과 동시에 고용보험에 의무가입한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자영업자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가입할 수 있는 임의가입 대상이지만 보험료 부담과 까다로운 실업급여 지급 기준 때문에 가입률이 극히 저조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자영업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0.38%(1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할 경우 당장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국민연금 초반처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지만 이 경우 기금 고갈이 우려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1998년 노태우 정부 때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다가 점차 대상을 확대하면서 굉장히 돈을 많이 받아가는 구조가 됐다"며 "고용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의 비중이 더 높아지고 실업급여 금액도 상향될 경우 기금 고갈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의무가입 대상으로 하다가 1999년 도시 자영업자를 포함하며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전 국민 연금 시대가 시작된 바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폐업을 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때 '폐업 기준'을 놓고도 혼선이 예상된다. 안 교수는 "손님이 적어 직원은 출근하지 않고 혼자 장사를 하면서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업종별 사례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폐업 기준을 놓고 자영업자와 고용보험 쪽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고용 형태가 불안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등이 실업급여 수령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20년 실업급여 수급 조건은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 돼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보험은 일정 기간 이상 납부해야 하는데, 매년 자영업자 전체에서 20%가 빠져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히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은 필수이지만 고용보험은 선택"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도 고용보험 납부를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은 몇 달 만에 해법을 낼 수 없는 사안"이라며 "피보험자가 가입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보험은 가입 의무 기한도 있고 제도 설계가 매우 까다롭다"면서 당장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