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동은 총선 전 김 내정자의 선대위원장 영입을 놓고 거부와 수락을 오갔던 '밀고 당기기'의 재판 같기도 하다. 당분간 김 내정자를 설득하네, 마네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 내정자가 1년 이상 임기의 비대위원장을 반드시 얻어내려 한다면 상황은 더욱 꼬일 것이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8월 안에 치러야 하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의 총선참패를 추스르며 재건의 토대를 다질 과도기적 비대위는 불가피하다. 또 누가 최종적인 키맨이 되든 그가 감당해야 할 혁신과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일대 혁신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갈 비대위원장의 실행계획, 실천의지, 정치수완 같은 덕목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해 보인다.
어찌 됐든 곡절 끝에 닻을 올릴 통합당 비대위의 앞날은 가시밭길 그 자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당심도 얻고 민심도 환기할 비대위 진용을 갖추는 일이다. 당 안팎의 원심력을 억제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비대위원장 개인의 정치 경험과 카리스마에다, 당의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게 할만한 비대위원 면면의 역량이 포개져야 한다. 비대위원장의 독선과 독주 성향을 제어하는 데에도 비대위의 균형은 절실하다. 당 청년정치인들이 청년비대위를 꾸려 당 비대위에 만 45세 이하 당원이 절반 이상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그런 상황 인식의 소산이라면 당은 희망이 있다. 청년비대위는 당의 장식품 정도로 취급받으며 변방의 작은 목소리를 내는 데 만족하고 순치되어선 곤란하다. 당이 민의와 동떨어져 움직일 때 제동을 걸고 참신한 의제를 던지며 중심부로 진입하여 '건강한 반란'을 꿈꿔야 할 것이다.
비대위 체제는 그러나, 단지 수단이며 서막에 불과하다. 결국 웰빙당, 꼰대당, 부자당, 냉전수구당의 낙인을 지울 만큼 깊고도 넓은 당의 일대 혁신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관건이다. 중도 견인을 통한 외연 확대 지향을 명확히 하고 그에 걸맞은 따뜻한 보수, 평화 보수, 실용 보수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주류 세력 교체가 동반되지 않는 노선 재정립이 사상누각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 통합당은 충청권 지역당이던 자민련에 비견되어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듣는 현실을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한다. 고 김종필 전 총리의 개인 지지세와 지역주의로 버틴 자민련은 시대 흐름에 뒤처지며 당세가 약화하여 창당 11년 만인 2006년 사라졌다. 수권정당 재도약은 전국적 대중정당의 지위를 회복할 만큼 당이 지지를 복원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당명을 바꾸고 치장한다고 그리되지 않는다. 김종인 내정자가 다음 대선 후보상으로 그린 '40대 경제 기수'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심과 민심의 일치를 담보하는 경선 제도를 갖추고 당내 치열한 노선 경쟁과 권력 투쟁을 거쳐야만 비로소 경쟁력 있는 후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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