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역사랑상품권의 불법·탈법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각급 지자체에서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은밀한 거래나 지인을 활용한 소규모 거래가 많아 정확한 실태 파악도 어렵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지역상품권 판매액은 1조70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배 폭증했다. 정부는 지난 1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올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3조원에서 6조원으로 늘렸다. 이에 더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각 지자체의 재난생활비 지원도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앙정부 재난지원금까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면 유통 규모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장 흔한 불법적 거래 방식은 할인 발행된 지역사랑상품권에 웃돈을 받고 파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가 발행한 100만원권 종로사랑상품권이 15% 할인 발행됐다고 가정해보자. 구매자는 85만원만 내고 상품권 100만원어치를 구매할 수 있다. 각 자치구 상품권은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어 조기 마감되면 더 이상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기서 중고 거래의 유인이 발생한다. 원구매자가 이 상품권을 90만원을 받고 상품권을 구하지 못한 새로운 구매자에게 판다면 원구매자에게는 5만원 마진이 남고, 새로운 구매자에게는 여전히 10% 할인액이 남는다.
지역사랑상품권 환불 규정을 악용한 재테크 방식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85만원에 산 구매자가 60만원을 사용한 뒤 40만원을 환불받았다고 가정하자. 60만원어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 구매자가 들인 돈은 최초 구매금액 85만원에서 환불금액 40만원을 뺀 45만원에 불과하다. 만약 60만원짜리 물품을 사기 위해 정상적으로 15% 할인된 상품권을 구매했다면 51만원을 지불했어야 한다. 결국 구매자에게 6만원의 차익이 남는 셈이다.
고전적 방식의 상품권깡도 가능하다. 액면가 10만원짜리 지역상품권을 15% 할인된 8만5000원에 구매한 보유자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부탁해 현금 9만원으로 바꾸면 지자체가 제공한 할인액 1만5000원 가운데 1만원은 소상공인에게, 5000원은 상품권 원보유자에게 귀속된다. 서울시는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적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종이로 된 상품권을 여전히 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불법·탈법적 거래에 대해 지자체들은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28일 서울시는 "재난지원금 불법거래와 카드깡에 대해 경찰 수사의뢰, 고발, 전액 환수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면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대표적 중고거래 사이트 4곳에 지역사랑상품권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모니터링 활동을 요청했다. 경기도도 "모든 온라인 중개장터를 확인해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된 선불카드 할인 거래 차단을 요구하고, 할인 거래가 시도되면 의뢰자는 물론 장터 운영진까지 공범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주민센터에 기명 등록이 가능한 관리자 포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하지만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은어를 사용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올렸다가 지우는 방식이 횡행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관악사랑상품권을 'ㄱㅇㅅㄹ'이라는 제목으로 올리고 1분 안에 글을 내리는 방식이 사용된다. 아무리 '상품권'이라는 단어에 검색어 제한을 걸어도 소용없는 셈이다. 실제 서울시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한 건수는 지난 1주일간 2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모니터링을 통한 것이 아니라 시민 제보에 의해 적발됐다.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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