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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2014년' vs '2020년'… 김정은 위중설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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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쿠데타·뇌어혈 소문… 41일만에 공개석상 / 金, 보름 넘게 두문불출… 건재 암시 동향 이어져 /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 "韓·美 정부, 신뢰할만한 대북정보 공개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9월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약 40일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가 기념일인 공화국 창건일(9월 9일)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도 건너뛰었다. 김 위원장 건강에 대한 각종 설(說)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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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골초’로 불릴 정도의 애연가다. 2013년 12월 말에는 임신한 아내 리설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린 청년절경축 은하수음악회 ‘사랑하라 어머니 조국을’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조명록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등장했다. 하지만 조명록은 이미 2010년에 사망한 뒤였다. 그러자 황병서 당시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지휘, 김정은을 연금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 위원장이 ‘뇌어혈’로 쓰러져 운신할 수 없는 상태라는 등 근거 없는 소문들도 퍼졌다.

당시 한국과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선 “김 위원장이 통치 불가능한 상태인 것 같다”며 성급한 진단을 내렸고, 국내 언론에서도 동조 움직임이 일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잠행 41일 만인 2014년 10월 14일 지팡이를 짚고 공개석상에 나타나면서 쿠데타설과 위중설은 막을 내렸다. 이 무렵 김 위원장은 즐겨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뒤늦게 김 위원장 복사뼈 부분에 물혹이 생겼고, 이 때문에 발목이 붓고 통증이 심해 해외에서 전문의를 불러 낭종을 제거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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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14년 10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투비행사들의 도로비행장 이착륙 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 건강 문제로 서방세계가 혼란을 빚은 데는 북한 체제의 폐쇄성과 일부 대북 전문가 및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분석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서 기인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7일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그가 제1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던 국방위원회의 정책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가 발표됐다”면서 “중국의 국경절을 맞이해서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 계속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2020년 4월.

다시 김 위원장의 위중설이 세계 언론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발단은 지난 20일 미국 CNN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뒤이어 로이터가 25일 중국이 의료 전문가를 포함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다고 전하면서다. 차이점이 있다면 김 위원장 신병(身病)을 둘러싼 위중설에 국한, 그때처럼 쿠데타설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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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미 CNN서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 뒤 매우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정보를 미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긴급뉴스를 전하고 있다. CNN 방송 캡처


북한은 지난 14일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일절 보도하지 않았고, ‘민족 최대의 명절’로 간주되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기념 중앙보고대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이후 보름 이상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잠행이 길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추정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의 건재를 암시하는 징후 내지 동향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외국 정상들에게 계속 축전을 보내고 있었고, 북한 노동신문은 전군(全軍)에 김정은의 ‘유일적 영군체계(領軍體系)’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북한 군대와 인민의 충성은 여전했다.

19일 북한은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김 위원장에게 ‘좋은 편지’를 받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이 같은 담화는 김 위원장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부터 26일 현재까지 계속 원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한·미 정보자산에 의해 확인됐다.

만약 김 위원장이 중태에 빠졌다면 의료시설이 빈약한 원산이 아니라 봉화진료소가 있는 평양으로 곧바로 옮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위중설 내지 사망설은 사실 근거가 약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새로운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거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또는 평양종합병원 현장을 시찰하는 등의 형태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정 센터장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으로 북한 내부 상황 파악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정확한 정보판단 없이 일부 소식통에 의존해 김정은 ‘중태설’이나 ‘사망설’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미국 정부는 신속하게 신뢰할만한 대북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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