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광주=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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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명예훼손혐의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또다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전씨의 골프장 라운딩과 12ㆍ12 호화 오찬 모습을 연달아 폭로해 재판 출석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 임한솔 정의사회구현센터 소장은 그 장면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임 소장은 27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실망과 분노를 넘어서 이제는 허탈할 지경”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본인이 무력을 동원했든, 아니든 8년이나 대통령을 했는데 재판을 받으러 오면 국민 앞에서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그런 것 없이 마지못해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을 또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전씨는 반성, 참회하는 모습을 죽기 전까지 절대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할 당시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묻는 취재진을 향해 “이거 왜 이래”라고 역정을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법정으로 이동했다.
임 소장은 이에 대해 “지난번에는 기자들이 근접해서 질문을 던져 전씨가 화를 낸 건데, 이번에는 경호 인력이 기자들의 팔을 막고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며 “국민이 (생중계로) 다 지켜보는데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거칠게 대한다는 건 국민을 그렇게 대한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러냐고 역정을 낸 것과 (경호 인력이) 기자의 팔을 뿌리친 모습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한솔 정의사회구현센터 소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화 오찬 현장을 방문해 전씨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임한솔 소장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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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매번 재판 출석을 거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고, 12ㆍ12 쿠데타 가담자들과 호화 오찬을 갖는 모습이 임 소장에 의해 공개되면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1년여 만에 재판에 출석한 것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임 소장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전씨가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고, 알츠하이머가 근거 없다는 게 드러났는데, 매번 전씨 측은 재판을 받으러 가기 힘들다고 밝힌다”며 “골프를 치고, 비싼 밥을 먹는 등 자유를 즐기면서 광주 재판만큼은 받으러 가기 싫다는 속내가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씨가 피고인 신분으로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왔는데, 마지못해 법정에 나오고 형사 피고인으로서의 책임을 강제적으로나마 이행한 것이 추적의 성과라고 한다면 제 나름대로 작은 보람일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1년 가까이 전씨를 추격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잠시 내려둔 상태다. 현직 의원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그는 1월 17일 ‘전두환 추격’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4ㆍ15 총선에 출마하고자 정의당을 탈당했다. 이후 민생당에 영입인재 1호로 입당했으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당 영입은 공천을 약속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공천을 안 해주는 건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다”며 “한동안 이전과 같은 활동에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후의 활동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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