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식물인간 상태”까지… ‘뇌사’ 가짜뉴스들 온라인서 도배
지난해 4월 6일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를 현지지도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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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1인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이후 그의 거취와 생사를 둘러싼 외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신병은 철저한 보안에 부쳐져 대부분 보도가 일관성이 부족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전언’에 기반한 공식 매체의 신뢰 하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한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각국의 유력 정보기관마저 정보수집이 쉽지 않은 ‘은둔 왕조’ 북한의 폐쇄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주말 주요 외신은 김 위원장 행방을 쫓는 갖은 ‘설(說)’로 뒤덮였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고위 간부가 이끄는 대표단이 23일 베이징을 떠나 북한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의 의료진 파견 소식을 더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비슷한 내용을 전하며 익명의 중국 공산당 관계자를 정보 출처로 밝혔다. 일본 산케이신문 역시 26일 김 위원장의 긴 잠행이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개연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만 내놨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김 위원장 신변 보도 중 확인된 것은 없다. 북한과 혈맹인 중국 정부조차 의료진 파견 등 보도에 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신의 김정은 찾기에 불을 당긴 21일 미국 CNN방송 보도는 물론 ‘김 위원장이 식물인간 상태’라고 전한 일본 주간지 기사 역시 오보로 판명됐다. 북한의 유일한 외국인 공무원으로 알려진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조선친선협회 회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악성 가짜뉴스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언론과 달리 한반도 주변국 정부는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김 위원장 건강 문제에 관해 결론을 내릴 만한 어떤 추가 정보도 얻지 못했고 그러한 조짐(특이한 군사 활동)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각종 설만 난무하자 살판 난 건 검증되지 않고 유포되는 온라인 가짜 정보다. ‘김정은 뇌사’ 같은 글과 교묘하게 편집된 각종 사진 및 영상이 대거 인터넷을 도배했다. 중국 SNS에서는 북한 조선중앙TV가 과거 보도한 김 위원장의 참배 영상을 짜깁기해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가 현지 지도 중 서거했다’는 4분 분량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불분명한 출처에도 시각적 효과가 워낙 강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 관련 보도가 혼선을 빚는 가장 큰 이유는 극도로 제한된 정보에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5일 게재한 영상에서 “언론이 김 위원장의 동선을 파악하는 직접 통로는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 취재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과 진리(한국명 이준희) 전 AP통신 평양지국장은 영상에 나와 △위성사진 분석 △북한 언론매체 보도 △평양을 오가는 항공기 정보, 이 세 가지 방법이 유일한 취재 루트라고 설명했다.
가령 북한 분석 사이트 ‘38노스’는 이날 “최소한 지난 21일 이후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보이는 기차가 원산에 정차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일정 기간 북한 특정 지역 위성 사진을 판독해 그가 원산에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하는 식이다. 정보기관 추적을 통해 추정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도 있다.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정권 수립 기념일인 9ㆍ9절 열병식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북한 매체 보도로 알려져 와병설이 불거졌고, 이후 미 정보당국을 통해 그가 뇌졸중을 겪었다는 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정보당국의 확인 가능한 정보 역시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다.
미 싱크탱크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 소속 제시카 리 수석 연구원은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북한과의 직접) 소통 창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연구원은 “이번 CNN (오보) 사건은 고위급 외교가 기본 정보를 얻는 데조차 실패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추측과 소문은 잘못된 대북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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