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N번방, 가짜뉴스, 비트코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안한 현실들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어떤 삶을 고민하고 개척해야 할까. 자본주의는 계속 영위될 수 있을까, 현명한 삶을 위해 어떤 혜안과 시각을 지녀야 할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플랫폼 제국의 미래’의 저자 스콧 갤러웨이, 암호화폐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등 세계 석학 5인이 이런 문제에 답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책은 일본 NHK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 2019’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엮은 것이다.
하라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모든 사람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공익을 명목으로 감시가 일상화한 ‘빅브라더’ 사회를 경고했다.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를 예견한 하라리는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가 개개인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존중했던 사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선 권위주의 시스템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갤러웨이는 데이터와 기술 독점이 초래하는 폐해를 낱낱이 폭로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혁신의 아이콘이 ‘착하고 멋진’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도 지나치게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쥐어짜고 그 와중에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받으려고 분주히 뛰어다니며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키는 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최근 ‘N번방’ 성착취 사건에서 등장한 암호화폐 논쟁도 도마에 올랐다. 티롤은 암호화폐가 결국 실패할 것이고 나아가 유해하다고 단언한다. 암호화폐가 돈세탁, 탈세, 암거래 등에 악용될 소지가 크지만 정부가 통제할 제도적, 법적, 기술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호스킨슨의 시각은 다르다. 그는 달러, 엔, 유로 등으로 나뉜 금융시장을 하나로 묶어 동등한 조건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시장에서의 평등’을 강조한다. 나아가 더욱 완벽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구현해줄 도구라고 말한다.
하라리는 이에 대해 “기술은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준다”며 “암호화폐가 암흑 시장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을지, 스스로 진화하고 회복하는 경제 생태계의 씨앗일 될지 모르는 만큼 우리는 선택에 책임감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또 다른 폐해는 가짜 뉴스다. 확진자, 치료 방법 등 거짓 정보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번지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했기 때문. 볼티모어 대학교 등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가짜 뉴스가 글로벌 경제에 주는 피해액은 연간 780억 달러(96조 2520억 원, 2019년 12월)에 이른다.
가브리엘은 가짜 뉴스가 불러온 탈진실 때문에 문명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탈진실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주관적인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본질을 흐리는 일종의 속임수라고 정의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기사를 몇 번 클릭함으로써 모든 것을 알았다는 착각이 탈진실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 옳고 그름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개개인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도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데이터상의 숫자가 담지 못하는 진짜 세계에 대해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석학들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등이 수십 년 안에 세계를 극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들이 유일하게 아는 것은 지금 상태로 머무는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 뿐이다.
◇초예측 부의 미래=유발 하라리, 스콧 갤러웨이 등 지음. 신희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0쪽/1만5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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