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 사람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한 여성 공무원과 면담하던 도중 이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 시장이 '미투'와 관련한 구설에 오른 것이 이번 한 번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에는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혀 비판을 받기도 했고 지난해에도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를 둘러싸고 이런 잡음이 이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인식과 처신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오 시장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로,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며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은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인다.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소위 '사회 지도층'의 빈약한 성 인지 감수성은 비단 오거돈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해 9월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 형의 확정판결을 받아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지방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의 부적절한 행위도 끊이지 않는다. 공직사회뿐 아니다. 조그만 권력이라도 있으면 이를 악용해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를 때로는 드러내놓고, 때로는 교묘하게 자행하는 '갑질'이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이런 행위가 과거에는 관행으로 용인되거나 도덕적 비난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으나 이제는 엄연한 범죄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 사퇴는 개인적인 불명예에 그치지 않고 국가, 사회적으로 큰 비용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당장 내년 4월 7일로 잡힌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 2004년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의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79억원,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사퇴로 실시된 보궐선거에는 226억원이 들었다. 재ㆍ보궐 선거로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자 재ㆍ보선의 경우 귀책 사유가 있는 원인 제공자나 소속 정당이 선거 비용을 내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이나 행정 공백과 같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공인일수록 행동거지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처신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이다. 선거 때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임기 내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시대의 눈높이에 맞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철저하게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들은 이번 오 시장 사퇴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 한번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길 바란다. 부산시는 오 시장의 사퇴로 일정한 행정 차질이 불가피하겠으나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시정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과 함께 한 치의 빈틈 없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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