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종교시설 '운영중단 권고' 해제 따른 것"
전국 16개 교구 중 12곳 미사 재개·일정 확정…일각서 우려 목소리도
마스크 쓰고 미사 참석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코로나 사태로 중단한 미사를 두 달여 만에 재개했다.
서울대교구는 이날 주교좌성당인 명동성당 등 관내 성당 232곳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다시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150명 남짓한 신자와 수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장의자에 띄엄띄엄 붙여놓은 번호표에 맞춰 착석했고, 신부가 집전하는 예식에 따라 두 달만에 성당 미사를 올렸다.
이에 앞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본당에서 열린 새벽미사에도 신자들이 함께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미사에서는 마스크를 쓴 신자들이 이른 시간 성당 입구에 도착해 발열 체크를 하거나 손소독제를 이용한 뒤 내부로 들어갔다.
여성 신자들 중에는 미사포와 마스크를 함께 착용하고서 두 손을 합장한 채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1일 공문을 통해 "정부는 4월 19일 종교시설에 대해 현재 방역지침 준수 명령을 유지하되, 운영중단 강력권고는 해제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이에 따라 미사 재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교구는 미사 재개에 앞서 관내 모든 성당에서 미사 참석 신자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유사시 방역 당국 협조를 위해 미사 참례자의 이름, 세례명, 전화번호를 기록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교구 내 대부분 성당은 신자 위생 및 기록의 신속성을 고려해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신자들의 출석명부를 기록했다.
서울대교구는 한국 천주교회 16개 교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신자 수도 전체 586만여명 중 152만여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대교구는 2월 25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미사를 중단했다. 1831년 조선대목구로 시작한 서울대교구가 미사를 중단하기는 교구 창설 18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천주교 미사 재개 |
이날 서울대교구와 함께 미사를 재개한 교구는 대전과 인천, 수원, 의정부교구다. 앞서 제주교구는 지난 4일, 원주교구는 20일 미사를 다시 봉헌하기 시작했다.
본당(성당) 수를 기준으로는 전체 1천750여곳 중 870여곳이 미사를 재개해 전국 성당의 절반가량이 다시 현장 미사에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자수 기준으로는 586만여명 중 376만여명, 약 64%가 재개된 미사에 참석이 가능하다.
이밖에 청주와 전주, 춘천교구가 28일, 광주대교구가 5월 6일 미사 재개를 예고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던 안동교구는 5월 7일 미사를 다시 올리기로 했다.
대구, 부산, 마산, 군종교구는 아직 미사 재개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일부 교구가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재개하는 것을 두고 신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날까지 의정부교구 홈페이지에는 '미사재개에 따른 전례지침' 공지글 아래로 "성당에 가서 예전처럼 미사하고 오고 싶지만 만약에 확진자가 나올까 봐 그렇습니다.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요", "최소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한 후에 미사는 재개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신자들의 댓글이 올라왔다.
서울대교구 페이스북 계정에도 미사 재개 등을 알리는 게시글 아래로 "아직 이른 듯합니다", "섣부른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천주교는 개신교보다 어르신들이 젊은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지 않습니까. 철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는 의견이 댓글로 이어졌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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