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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정부 '재난지원금 자중지란'...정 총리 공개 경고에 기재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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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구분 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할지,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할 지를 둘러싼 논란이 정부 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소득 상위 30%에게는 자발적 기부를 통해 환수하자’는 절충안에 합의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합의안에 부정적으로 언급한 기획재정부에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기재부는 정 총리의 경고에 반응을 자제하며 숨 죽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실행 가능하지 않은 일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정 총리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수 총리실 공보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 총리 발언을 전했다.

조선비즈

정세균 총리(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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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고소득층 자발적 기부’라는 당·정·청 조율안을 발표했고 정 총리는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이 없다",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는 기재부 당국자 발언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자, 정 총리가 이를 나무라는 공개 발언을 한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며칠 동안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면서 "그래서 어제 청와대와 의견을 나누고 (홍남기) 부총리와도 상의해 고소득자의 자발적인 기부와 참여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되면 정부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제부총리는 저의 이 같은 뜻을 기재부에 정확하게 전달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같은 정 총리 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자 기재부 관계자들은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정 총리가 기재부 당국자의 반대 여론에 공개적으로 경고한만큼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대변인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에는 아무런 말을 해줄 수 없다" 또는 "홍 부총리의 입장 표명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정 총리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한 정부 혼선을 교통정리하는 모양새이지만, 전국민에게 지급한 후 자발적 기부 형태로 환수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현재 7조6000억원 규모인 추경 예산안을 3조~4조원 가량 증액하는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수령을 자발적으로 거부한 고소득층(1조원 규모로 기대) 분의 지원금은 ‘불용’ 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 불용이 발생하면 불용 규모만큼 적자 국채를 덜 발행할 수 있어 재정에 타격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상이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을 마치 마이너스 통장 사용하는 것처럼 여기는 발상"이라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한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재부는 이에 맞춰 연간 국채 발행 규모를 수정한다"면서 "국채 발행 규모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용 예산이 발생한다고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주장대로 자발적 기부로 아낀 ‘기부금’을 조세수입만 포함하는 일반회계로 분류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자발적 기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수급을 포기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쓰이지 않은 기부금이 그대로 예산에 남는다. 하지만 기부금은 조세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예산이 일반회계에 남아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발적 기부’를 예외로 치더라도 추후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장부상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정 예산안 제출 없이 예결위 예산심의에서 증액한다는 것도 국회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 위원장은 "정부가 달라진 재난재난급 지급 기준에 맞춘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야 심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야당 의원은 "국회는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지출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주업(主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국민의 빚을 늘리는 결정을 국회의원들끼리 논의해 결정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면서 "정부가 수정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으면 예산 심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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