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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오거돈 사퇴에 민주당 일각 "내년 보궐에 아예 후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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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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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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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달 초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산시청 소속 여성 직원을 성추행 했고,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오 시장의 공개 사과와 시장직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KBS에 따르면 피해 사실을 확인한 부산시는 피해 여성 측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사퇴서를 작성한 뒤 공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다만, 4·15 총선을 목전에 둔 시기인 점을 고려해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할 것을 상호 합의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과거 부산시 산하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일벌백계 방침을 밝히는 등 성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적이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부산시 주간업무보고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성희롱 문제에 대한 부산시의 처벌이 가볍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앞으로 성희롱 문제가 일어날 경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말은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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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갑에 출마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6일 새벽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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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시장의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4월 첫째 주 수요일)에 치러진다. 차기 후보군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영춘(부산 부산진갑·3선) 민주당 의원, 총선 전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부산 금정·3선)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 광진갑에서 16, 17대 의원을 지낸 뒤 고향인 부산에 내려와 20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던 김영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부산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김세연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쇄신파로 분류된다. 부산 금정에서만 18대부터 내리 3선을 한 중진 의원이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48세)로 보수 진영 내 개혁 성향인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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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세연 공천관리위원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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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해영(부산 연제·초선) 민주당 의원과 이언주(부산 남을 출마·재선) 미래통합당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보궐선거 공천 포기론’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당원은 이날 권리당원 게시판에 “이 난국을 타개하는 것으로 내년 보궐선거에 공식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썼다.

민주당은 오 시장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은 징계 수위에 대해 “제명 이외에 다른 조치를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미투(#MeToo)’ 폭로가 제기됐을 때도 긴급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윤 총장은 이어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늦췄다는 보도와 관련, “부산시당의 답변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이 더 급했다’는 것이었다”며 “당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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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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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서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오 시장이 사퇴 시점을 총선 뒤로 미룬 것과 관련해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 계산에 이용하고, 끝까지 부산시민과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려 한 행위”라며 “법적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은 석고대죄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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