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당국 '신중론'에도 미 언론 계속 관심…'소식통발 위중설 보도' 경고도
미 전문가, 북한 오보사례 들며 "확실한 정보 필요"…대북정보 부실 지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이상헌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권력 정점인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보도의 신빙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미 언론의 관련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미 언론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미국 당국자 인용 보도에서부터 북한의 폐쇄성을 고려할 경우 해당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까지 극과 극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혼선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와병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우리는 모른다"며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확산을 촉발한 전날 CNN방송 보도에 대해 "아무도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관련 정보에 가장 근접한 그의 이런 언급은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이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뜻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김 위원장의 상태가 어떤지 모른다면서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은 정보 제공에 인색하고 리더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현재 지방에 체류하는 등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NBC방송은 이날 "한국 정부는 김정은 위중설에 의구심을 제기했지만 미 당국자들은 심장 수술 후 정상생활을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BC방송은 여러 미 당국자들을 인용, 김 위원장이 최근 심혈관 수술을 받아 며칠간 대중의 눈에서 벗어나 있었음을 미 정보기관 보고서가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보가 김 위원장이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설명했다.
반면 CNN방송은 이날 미 국방 당국자를 인용, "미군의 평가는 현재 시점의 증거가 김 위원장이 정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됐음을 시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전날 직접적 정보가 있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다는 첩보를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이날은 "김 위원장이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는 첩보를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을 바꾸며 한발 물러섰다.
폭스뉴스는 복수의 정보 소식통이 김 위원장의 위중설을 제기한 보도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관련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정보가 파악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그간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 건강에 대한 잘못된 보도가 많았다"며 "확실한 정보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과거에도 북한 관련 보도가 금세 오보로 드러난 사례가 많아 해당 속보에 회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북한 내부에 무력충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권력다툼이 생길 수 있고 북한이 보유한 무기고를 볼 때 수 백만명의 인명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불량정권 중의 불량정권일 수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안정적이길 바라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일부 미 언론은 김 위원장 유고 시 권력승계와 관련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주목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최근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하는 등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넘어 실질적 2인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북 정보 부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한미 정보당국이 모른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명확성의 결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온 김 위원장과의 비정통적 개인 외교의 한계를 더욱 부각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북한과의 외교에 관여했던 미국의 일부 전직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인 구애는 정보 당국자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미중관계 악화로 북한의 가장 가까운 후원자로부터의 잠재적인 정보 공유가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무리 많은 러브레터를 보내도 북한이 우리에게 뭘 말할 것 같지 않다"며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뭘 얻곤 했는데, 대중관계가 너무 긴장돼서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어떤 대면 소통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nari@yna.co.kr,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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