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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증시 발목 잡은 유가 폭락…"조정장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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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오늘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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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브리핑 도중 서부텍사스원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이날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폭락한 것과 관련, "지금은 원유를 사기에 아주 좋은 때"라며 "적정한 가격에 원유를 살 수 있을 것이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미국은 약 75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남아도는 비축 공간을 저장할 곳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회사들에 임대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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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이 또다시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유가로 미국 셰일 업체들이 부도 위기를 맞으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9% 떨어진 1857.02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도 0.7% 하락한 624.4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새벽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락하면서 금융시장 충격 및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탓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연출했던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5월물은 플러스(+)로 반등했지만 6월물은 40% 넘게 급락하며 11달러로 내려앉았다. 5월물은 이날이 마지막 거래일이라 소멸되고, 다음날부터는 6월물이 근월물로 변경된다.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의 부도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텍사스 지역 에너지 기업들의 평균 신규유정 생산단가는 49달러로 6월물 가격 11달러보다 4배 이상 높다. 셰일업체들이 이익을 낼 수 없는데 다 채권 만기가 연장되지 않고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셰일기업들의 채권 잔존액은 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전략 비축유로 원유를 대량 사들이고, 석유산업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원유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지 않는 이상 시장 불안감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원책을 다양하게 마련했지만 모든 상황을 대비할 수는 없다"며 "원유 가격 급락이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정크본드 금리와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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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미국산 원유를 중심으로한 국제유가가 폭락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유가 폭락 관련 기사를 열어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마감가(18.27달러) 대비 300% 넘게 폭락한 수치다. 2020.04.21.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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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원유는 많은 기초소재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유가가 낮은 상태로 지속되면 원유를 가지고 기초소재를 만드는 기업은 원가 하락에 이득을 볼 수 있어도 이를 다시 가공해 만드는 중간재, 최종재 기업들은 이익이 악화된다. 소비도 부진한 상태에서 생산을 계속 하다 보면 공급 과잉이 생기고, 결국 설비, 고용 등을 축소시키게 된다. 고용이 줄어들면 소득 감소로 다시 소비가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실제로 경제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한국의 4월 수출(1~20일) 실적은 약 21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9% 줄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28.5%, 자동차부품 -49.8% 석유제품 -53.5% 등의 낙폭이 컸다.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다음날인 23일에는 한국의 1분기 GDP(국내총생산), 유로존과 미국의 4월 PMI(구매관리자지수) 제조업지수가 발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시즌 중인 미국 기업들의 이익도 하향 조정 중이다. 미국의 1분기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는 14.5%, 2분기는 26.6%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분기에도 -13.3% 역성장해 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 경기소비재, 산업재 분야는 2분기에 이익이 추가로 크게 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주가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부진하면 한국도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최근 주가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기보다는, 단순한 가격 조정인지 실물경기 둔화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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