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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 사건에 높아진 "함정수사 허용" 여론…적법?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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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달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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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함정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더욱 고도화되면서 신속한 대응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함정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함정수사란 수사 기관에서 신분을 숨기고 범죄를 유발시켜 범법자를 검거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합법인 '잠입수사'보다 적극적인 수사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예를 들어 마약상으로 위장한 경찰에게 마약을 자발적으로 구매한 경우에는 '잠입수사'라고 할 수 있으나 위장 경찰이 일반 시민에게 마약을 권해 선량한 시민이 이를 구매한 경우에는 '함정수사'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인위적으로 범죄를 유발시킨 것으로 자발적인 의지를 갖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 범법자로 처벌을 하는 현행법과 부딪힌다. '자발성'이 없었을 경우에는 이를 범법자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수사의 청렴성이나 수사의 원칙 등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함정수사에 대한 효용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아동 성범죄에서는 잠입수사가 한계가 있 때문.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함정수사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범의를 유발한다는 차원에서 불법"이라면서도 "하지만 함정수사가 꼭 범의 유발성만 있는 게 아니라 당초 범의가 있는 사람들, 즉 n번방이란 비밀방에서 아동음란물을 다루는 이들이 성폭력도 충분히 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수사기관이) 아동으로 가장해 수사를 하다가 n번방에 참여하게 되는 절차까지 지침을 마련한다면, 그래서 아동을 대상으로 비밀방을 개설해 성폭력을 시키는 상황을 관람을 했고, 그 관람자 중 한 명이 위장한 경찰이라고 하면 그런 대화나 영상물 모두 증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위법인 함정수사를 통해 수집된 증거물은 증거물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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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이후 보다 적극적인 수사방식을 통해 아동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검거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졌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으로 위장한 수사기법 허용하고, 지속적 수사시스템 구축해야 성착취에서 아이들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22일 오전 10시 기준 4720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자는 "20년 전부터 (온라인 성 착취)에 대한 경고가 계속됐지만 IT 강국의 통과의례처럼 치부됐고, 성범죄 사이트들은 날개를 달았다"며 "호기심이나 절박한 상황에 놓인 무수한 아이들이 유인과 협박으로 희생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성 착취 사이트를 통해 아이들이 사지로 끌려가는 걸 보면서도 '사생활 침해라', '인력이 부족해서', '해외 서버라서', '함정수사가 허용되지 않아서' 등의 이유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경찰이 피해소녀로 가장해 가해자를 잡으면 불법이고, 성구매자로 가장해 피해자를 잡는 한국식 함정수사는 합법인가"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아직도 공권력을 비웃고 빠르게 진화하는 또 다른 n번방들은 어떡하나, 다음 희생자들이 나오면 수사팀을 다시 구성할 것이냐"면서 "수사관들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어 온라인 아동성범죄 수사에서 함정수사를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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