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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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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에 커진 미·중 무역합의 이행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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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국제유가 급락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중국을 향한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압박이 커질 태세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석유 및 천연가스 기업 25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국 탐사·생산위원회(AEPC)는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에 조속한 에너지 수입 약속 이행을 압박하라고 촉구했다.


앤 브래드버리 AEPC 위원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수령자로 한 서한에서 "중국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아주 적은 양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늘리고 있다. 중국이 신뢰받는 무역 파트너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기 보다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세계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증발하면서 유가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달된 이와 같은 서한은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중국은 향후 2년간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미국산 에너지 524억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대로라면 올해 185억달러어치를 수입하고 내년 339억달러어치를 추가 수입해야 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자 세계 2위 소비국인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우 유가 급락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분석가들은 중국이 약속한 만큼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올해 하루 평균 50만배럴, 내년 80만배럴을 수입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 수입량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올해 1분기 중국 내 유류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었다.


중국 내에서도 유가 급락을 기회로 원유를 수입해 전략비축유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 소재 중국석유대학의 진레이 교수는 "유가하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업재개에 나선 중국 산업계에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석유업계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중국 국유 석유기업들은 올해 1분기 국제유가 급락과 수요 감소로 모두 손실을 봤다.


한편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20달러에서 11달러로 거의 '반토막'으로 주저앉았다. 20일에는 5월물 WTI가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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