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227만여 명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 차별 논란과 함께 지자체들의 지급 범위와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행정 일관성과 신뢰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광역단체 중 경기도가 종전 입장을 바꿔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해서도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도내 결혼이민자 4만8000여 명과 영주권자 6만1000여 명 등 외국인 주민 10만9000여 명에게도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주민단체가 인권에 관한 문제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여성가족부까지 나서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경기도 관계자는 "결혼이민자는 내국인과 연관성, 한국 국적 취득 및 영주 가능성이 높고 다문화가족 지원법상 지방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 책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지방선거투표권, 주민투표권 등 주민으로서 권리가 있는 만큼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도는 경기도민으로 한정한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로 확대하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 개정안'을 경기도의회에 긴급 상정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긴급복지지원법상 규정을 근거로 결혼이민자 등에게도 긴급재난생활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 중인 결혼이민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또 대한민국 국민과 이혼했거나 대한민국 국민인 배우자가 사망한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직계존비속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에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국내에 거주 중인 영주권자에게는 긴급재난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 사는 결혼이민자와 국적 취득자가 7만4000명 정도 된다"면서 "이 중에 중위소득 이하 가구인 경우 긴급재난생활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15개 구·군 중 연제구만이 등록된 외국인 전체를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강서구와 사하구, 수영구는 외국인 중 결혼이민자만을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서구는 주민등록법상 기준을 적용해 외국인을 제외했으나 최근 민원 등이 잇따르자 22일 대상자를 재심의하기로 했다. 화교 등이 많은 동구는 대상자에 일부 외국인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익산시와 완주군, 군산시가 결혼이민자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1인당 10만원씩 주는 익산시와 1인당 5만원씩 가구원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는 완주군은 '내국인과 결혼한 사람 중 아직 국적을 미취득한 외국인'들에게 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익산시는 981명, 완주군은 190명이 대상이다. 1인당 선불카드 형식으로 10만원씩 주는 군산시도 외국인 지급 제외 입장을 바꿔 결혼이민자 1546명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외국인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국내 정서는 엇갈리고 있다. 국적, 신분 등에 관계없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만큼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내국인들에게 더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충되고 있다. 이주공동행동 등 62개 이주민 인권단체는 지난 2일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 중국 동포 등 이주민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미등록 체류자와 이주노동자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9일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7만1372명이다.
[박동민 기자 / 박진주 기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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