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텍사스원유가 첫 마이너스대…국내 휘발유가에 영향 관심
한국 휘발유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과 연동…2∼3주 시차도 존재
관세·유류세 등 있어서 국제원유가 웬만큼 떨어져도 '공짜' 어려워
국제 유가 마이너스권 추락 (PG) |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김예림 인턴기자= 20일(현지시간) 미국 원유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일부 국내 유류 소비자들도 혼란에 빠졌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引渡)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9일 종가 대비 55.90달러 하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자 그대로 설명하자면 상품 가격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돈을 줘가며 물건을 넘기게 되는 기이한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름이 나지 않는 한국에서 국제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국내 휘발유 가격도 그에 연동돼 공짜가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냐며 궁금증을 제기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
21일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배럴당 -40불이면 사고 40불 받는 것인가', '이제 주유소 가서 세금만 내면 기름 주냐?', '진짜 돈 받고 사 오는 게 가능한가?' 등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내 주유소에서 공짜로 주유하거나, 돈 받고 주유하는 상황은 '현재로선' 일어나지 않는다.
21일 국내 휘발유가 전날 대비 0.34% 하락한 1천302.77원(오후 5시 현재)에 거래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국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 가격은 WTI 가격과 같은 국제 원유가격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석유제품 가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에 연동된다고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홍보팀장이 밝혔다.
세계 각지에서 거래되는 유가가 어느 정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긴 하지만 미국산 원유 가격이 한국 주유소에서 팔리는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 가격에 즉각적·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조 팀장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산정 기준은 국제 원유 가격이 아니라 수출입이 일어나는 해당 제품의 국제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은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은 미국 걸프 지역, 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에 각각 현물시장이 있다"며 "인근 국가들은 이들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 가격에 연동해서 자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가격 산정 메커니즘 속에, 20일 WTI 가격 급락에도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 시장은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조 팀장은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의 변동이 있더라도 그것이 한국 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설사 싱가포르에서 가격이 급변해도 한국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즉 21일 한국 내 휘발유 가격은 2∼3주 전 싱가포르 시장 가격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울러 해외에서 수입된 원유가 정제 과정을 거쳐 주유소에서 휘발유 등으로 팔리기까지 붙는 관세, 유류세 등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앞으로 어지간히 떨어져도 국내 휘발유가 공짜나 '마이너스'가 되긴 어려운 구조다.
우선 정유사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원유 가격의 3%에 달하는 관세와, 준(準)조세격인 리터(1배럴=158.9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이 붙는다. 거기에 더해 휘발유 기준 리터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 79.35원의 교육세, 137.54원의 주행세 등 유류세와 함께, 판매부과금과 유통 마진도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하지만 미국 WTI 가격이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질 것을 예상한 사람도 거의 없었던 만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유가 안정화를 위한 국제공조도 실패하는 등 악재가 겹칠 경우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대이변'이 없을 것으로 100% 예단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려면 2개월 이상 저유가 상태가 지속 되어야 한다"며 "6월이 되어서도 초저유가 상태라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한 상태라 그렇게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향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정부 당국과 관련 업계의 대비를 주문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 국제유가, 휘발윳값도 하락 |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