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는 미국 CNN방송의 20일(현지시간) 긴급보도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하다. 한국 정보당국과 청와대는 김 위원장 중태설을 부인했고, 일부 대북전문가는 CNN 보도에 대해 “기사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논란의 시작은 CNN 긴급보도였다. CNN은 이날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in grave danger)에 빠졌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 김씨 일가 전용병원에서 심혈관계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 특각(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수술을 받았다’는 대목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CNN은 김 위원장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데일리NK와 달리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고, 이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평양에 집중됐다.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NBC뉴스도 혼란을 더했다. 제니퍼 제이컵스 블룸버그통신 백악관 출입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주 심장 수술을 받았고, 그가 살아있더라도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미 정부가 입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면서 “미 당국자들은 그의 생존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사망하거나, 이미 사망했을 때 누가 후계자로 오를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케이티 터 NBC뉴스 기자가 김 위원장이 “뇌사 상태"라고 트위터에 쓰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지만 곧 “추가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앞선 트윗을 삭제하는 상황도 뒤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주목하면서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를 점치기도 했다.
CNN 보도에 따른 파장이 커지는 사이 우리 정부는 “신변ㆍ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 특이한 동향이 없다”며 내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현재 측근 인사들과 지방에 체류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체류 지역이) 묘향산 지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한 간부도 로이터통신에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중국이 북한과 소통하는 주된 창구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의)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한 유력한 대북소식통도 “주중 북한대사관에 특이동향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대북 전문가인 해리 카자니아스 미 외교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북한ㆍ중국 담당 편집인은 트위터에서 “이것(CNN 보도)은 그냥 쓰레기”라고 일갈했다. 그는 “단 한 곳의 말만 믿고 쓴 것은 기사도 아니다”면서 “유감스럽지만 담당 편집자는 해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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