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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처음보는 유가에…간접투자시장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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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인도분 WTI -37.63 폭락

ETF, ETN 원금손실 구간에

키움, HTS 오류에 거래 멈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국제원유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폭락하면서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이들이 패닉에 빠졌다. 반등에 무게를 두고 투자한 원금이 모조리 손실 구간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마이너스 가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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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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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KODEX WTI원유선물(H)에 1조2081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순매수 4위 종목인 현대차(9150억원)보다도 32.0%나 많은 규모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타 원유 ETF, ETN 10개 상품까지 합치면 이보다도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 순매수 규모도 작년에 비해서 1000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WTI원유선물(H)에서 하루 순매수 규모가 1억원 미만에 불과하는 등 매우 소액으로 접근했지만, 올해는 하루 순매수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한다. 이달 중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16일의 경우, 개인은 이 상품에만 하루새 2286억원을 담았다.


그러나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까지 폭락, 설마했던 '마이너스 유가'가 현실화 되면서 반등에 무게를 두고 투자했던 이들은 모조리 손실을 입게 됐다. 매도는 35거래일동안 단 3일에 불과할 만큼 매수가 강했다.


지난달 2일 기준 개인의 평균 매입가는 1만5652원이었다. 이때부터 17일까지 1만원대에서 매집을 늘려온 규모는 총 952억원이다. 전체 매입 비중의 7.9%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입은 손실은 -60%를 넘어선다. 8000~9000원대에서 사모은 규모는 5900억원대로, 투자금액의 48.8%를 차지하며 이들은 평균 -30%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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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순매수액이 가장 컸던 지난 16일(2286억원)부터 20일까지 개인은 더욱 공격적으로 매수해 5222억원어치를 샀다. 당시 주가는 7115원, 7055원, 6340원으로까지 내려와 일부 단가를 낮추려는 매수세와 저가매수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구간 역시 평균 10%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원유 폭락 사태가 단순히 원금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례적으로 벌어진 '마이너스 유가'에 대한 거래값을 HTS에서 인식하지 못해 매매가 강제로 멈추는 돌발상황까지 벌어진 것.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청산주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키움증권 HTS는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거래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HTS를 사용하는 원유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은 캐시콜(cash call)까지 받으며 강제로 반대매매가 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은 물론 빚까지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증권 게시판에서 한 투자자는 "HTS가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해서 매매가 멈춰버리는 탓에 원유 들고 있던 이들은 강제로 0원행과 캐시콜을 당했다"면서 "지금도 다들 청산하지 못하고 유가가 하라하는대로 빚더미만 불어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5월물이 -37달러가 되면서 20달러에서 매수하고 기다렸던 이들도 잃은 돈보다 내야할 빚이 더 많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마이너스 원유값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겪은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원유선물거래가 당초 제공하지 않았던 증권사는 마이너스 원유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은 전일 오후 3시전에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강제청산시켜 피해를 막았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원유선물거래와 원유선물지수를 추종하는 ETN은 별개로, 삼성증권에서는 원유선물거래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이슈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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