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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목격자 고 헌틀리 목사 딸이 펴낸 동화…'제니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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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 참상 세계에 알린 헌틀리 목사 막내딸, 동화 회고록 출간

연합뉴스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의 막내딸 제니퍼 헌틀리(왼쪽 첫번째)
[하늘마음 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부모님은 미국 사람이지만 나는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광주토박이에요."

파란 눈의 '광주토박이' 제니퍼 헌틀리(49)는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한국명 허철선) 목사의 막내딸이다.

헌틀리 목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院牧)으로 재직하며 항쟁 참상을 기록했다.

기독병원 사상자의 참혹한 모습을 필름에 담아 사택 지하 차고에서 현상했으며 필름 일부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 등장하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등의 손을 거쳐 세계로 퍼졌다.

2017년 타계한 헌틀리 목사는 이듬해 38주년 5·18 기념일에 맞춰 광주 남구 양림 선교 동산 묘원에 안장돼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생전 바람을 이뤘다.

제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딸 제니퍼는 만 9살 이방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5·18의 참상을 기록한 동화 '제니의 다락방'을 최근 펴냈다.

양림동 조용한 선교 마을에 사는 제니에게 "계엄령을 철폐하라"는 시민들의 시위 모습은 북과 노랫소리가 섞인 퍼레이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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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다락방
[하늘마음 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눈물 가스'(최루 가스)가 뿌려져 눈이 불타는 것 같았다는 친구 브랜트의 말도 그저 거짓말로 들렸다.

그러나 군인들은 학생들을 잡아가기 시작했고, 제니의 부모는 학생들을 다락방에 숨겼다.

부모가 없는 동안 수색 나온 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치자 제니는 태연하게 아이스티를 대접하기도 했다.

군인들이 다녀간 후 키우던 막내 고양이는 죽은 채 발견됐다.

스무명 넘는 사람이 제니의 다락방에서 불도 켜지 못한 채 숨을 죽이는 동안 도청(옛 전남도청)에서는 시민군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된다.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니의 회고록은 5·18이 슬프고 무섭기만 한 역사가 아니라 희망의 역사라는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이화연 작가는 제니퍼의 회고록을 동화로 각색하고 김정혁 작가는 삽화를 맡았다.

광주 출신인 이화연 작가는 남편을 따라 건너간 미국에서 영어 교육을 이수하던 중 제니퍼를 만나 자연스럽게 5·18의 기억을 공유해 동화 출간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제니퍼는 결혼해 세 명의 자녀가 있으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홈리스(노숙인)를 돕는 비영리 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제니퍼는 "역사란 완성되지 않은 책과 같아서 우리도 언젠가는 역사 속 한 장면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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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시민 피난처였던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 자택의 다락방
[연합뉴스 자료사진]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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