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 “판례보다 양형 높게 설정 필요”
조주빈 등 기소된 n번방 사건 관련자 적용은 어려워
김영란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동영상 범죄에 대해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가운데 대법원은 관련 양형 기준을 기존 판례보다 높게 설정할 예정이다. 피해자 다수가 미성년자인 점, 사실상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지난 20일 오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서울 서초동 소재 청사 중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청소년성보호법) 11조의 양형 기준을 논의했다.
양형위는 회의 후 “소위 ‘디지털 성범죄’(명칭 미정)와 관련한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 판결에서 선고된 양형보다 높은 양형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만 n번방 사건 등으로 인한 높은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해 형량 범위와 감경·가중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에 관해서는 내달 18일 추가 회의를 열어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나아가 법정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죄에서 권고되는 형량의 범위보다 무거운 양형을 선택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처벌의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게 양형위의 의견으로 보인다.
양형위는 이날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양형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했다.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의 양형 기준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징역 8~12년으로 가중 설정돼 있다.
또한 형량 감경요소로 아동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나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 아동의 승낙 등이 포함될 수 있는지도 쟁점으로 논의됐다.
아동과 청소년은 본인 의사에 반하더라도 범죄로부터 보호될 필요가 있고, 연장자의 말에 복종하기 쉬운 만큼 처벌 불원 의사 등을 감경요소로 반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양형위는 다음달 추가 회의에서 기준안을 의결한 뒤 관계기관 의견을 조회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6월22일 공청회를 열어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양형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기준안은 관보에 게재된 날 이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해 적용된다. 이런 탓에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 등 이미 기소가 된 n번방 관련자들에게는 원칙적으로 강화된 양형 기준이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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