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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팔았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부실 펀드를 회수할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한다. 배드뱅크란 금융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라임의 부실 펀드에 대한 회수는 새로 설립될 배드뱅크가 맡고 라임자산운용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펀드 판매사 19곳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회의를 열고 배드뱅크 설립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판매사들은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 회사와 자본금 액수를 비롯해 부실 펀드만 처리할지, 아니면 라임 펀드를 모두 이관할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라임 배드뱅크가 만들어지면 국내 최초의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된다.
새로 설립되는 배드뱅크에서는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에 든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대신증권, KB증권 등 판매사별로 판매 금액으로 출자금을 정할 계획이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의 잔액이 많은 금융사일수록 배드뱅크에 더 많이 출자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이 전체 판매액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문제가 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메자닌펀드(테티스2호), 사모사채펀드(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드펀드(CI) 1호 등 4개 모(母)펀드를 통째로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4개 모펀드에 돈을 넣은 173개 자(子)펀드에 든 고객 돈은 1조6679억원에 달한다. 새 운용사는 라임 펀드 판매사들이 뽑은 임직원들로 꾸려질 예정이다.
배드뱅크 운용사 설립 논의는 '스타모빌리티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여진다. 환매가 중단됐음에도 펀드에서 200억원 가까운 돈이 라임의 '돈줄'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판매사들은 환매 중단 펀드의 일부 자금이 스타모빌리티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월부터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대형 판매사들 위주로만 협의가 이뤄져 어떤 방식으로 운용해 나갈지는 논의를 거쳐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라임 배드뱅크는 설립 이후 부실 펀드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 부실 펀드를 처리할 배드뱅크가 문을 열어도 곧바로 라임의 등록이 취소되거나 영업이 정지되진 않는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시한 라임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수준을 결정한 뒤 그 결과를 다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심의ㆍ의결하면 확정된다. 현재로선 최고 수위의 제재인 등록 취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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