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침체 늪에 빠진 보수가 부활하려면 / 2018년 지방선거 광역장 2곳만 차지 / 참패 예고에도 변화·혁신 노력 안 해 / 정책·전략, 60대 영남유권자 맞춰져 / 세불리기만 몰두… 보수 심판 원인 제공 / 정책·가치·비전·인물 모조리 바꾸고 / 국민들 비호감 정서 바꿔야 살아남아
19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보수정당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통합당은 통렬한 성찰과 뼈를 깎는 쇄신을 거쳐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영남과 우파 지지에만 기댄 채 만년 야당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지의 기로에 섰다.
선거 참패 고개 숙인 통합당 미래통합당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왼쪽 두번째) 등 의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총선 패배에 담긴 민의를 받들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에 대한 심판”
보수의 4·15총선 패배는 민심의 사전 경고를 외면한 결과였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경북과 대구 두 곳에서만 승리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이은 3연속 패배였다.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환골탈태에 나섰지만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근본적 쇄신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유권자의 세대 교체에도 눈을 감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15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통합당에 대한 심판뿐 아니라 보수의 가치, 주장, 비전, 담론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심판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내 미래통합당 개표상황실에 후보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인쇄된 개표 상황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특히 과거 보수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50·60세대 중에 50대가 등을 돌린 것은 뼈아픈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엄 소장은 “이는 보수정당의 존립기반이 와해되고 지지기반이 붕괴한 것”이라며 “통합당이 얘기하는 선거 구호, 정책, 전략들이 대체로 60대 영남 유권자에 맞춰져 있었다. 통합당이 보수 세력을 통합했지만 이는 성찰과 쇄신이 아닌 ‘세 불리기’에 불과했다. 그게 보수를 재차 심판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보수의 비전 재정립하고 새 인물 수혈해야”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엄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도 통합당 당선자 3분의 2가 영남에 포진돼 있고, 올드보이들만 살아오지 않았나. 도대체 누가 통합당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그런 주도 세력이 없다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정당의 이념지향과 정책, 가치, 비전, 인물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다시 태어나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재창당을 한다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면 누가 신뢰하겠느냐”면서 “기본부터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아야 회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그냥 미래통합당이 싫은 거라고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저 밉고 싫은 이미지와 정서가 고착된 듯하다”면서 “특정 계층, 특정 연령층이 우리 당에 대해 갖고 있는 고착된 이미지와 비호감은 이제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살아돌아온 당선자 중심으로 새 지도부를 꾸리고 대선 국면을 준비할 면면을 생각해보면 그 이미지와 비호감은 더 강화될 거 같다”면서 “국민들의 비호감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 당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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