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역대응 국내외에서 호평, 여당의 압승 견인
여당, ‘균형추 역할’ 충청서 대전·세종 외엔 압도 못해
제3정당 사라진 자리에 표심 양분, 신지역주의 양상도
4·15 총선은 ‘코로나 총선’으로 불렸다.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국정 안정론’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미래통합당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론’을 부각하며 정권심판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제3정당이 사라진 자리에 여야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며 동서로 나눠진 경향도 뚜렷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21대 총선은 내내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있었다. 통합당은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정부의 방역 대응이 외국에서도 ‘모범 사례’로 호평받으며 분위기가 역전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 것도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합당은 ‘경제 전문가’인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등 대책을 내놨지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선거운동을 집중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통합당은 121개 의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서울은 49석 중 8석, 경기는 59석 중 7석, 인천은 13석 중 단 1석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수도권 의석수(35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총선의 승부가 수도권에서 갈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도층·부동층의 표심이 통합당이 아니라 민주당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서 미래한국당은 33.8%였다. 20대 총선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 33.5%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은 122석에서 103석으로 줄었다.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4년 전 25.5%에서 33.4%(더불어시민당)로 7.9%포인트 올랐지만, 총 의석은 123석에서 180석으로 늘었다. 사상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영향이었다.
20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 대신 국민의당(정당득표율 26.7%)을 지지했던 중도층 표심이 이번에는 민주당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총선 막판으로 가면서 통합당에서 쏟아진 각종 막말도 중도층이 민주당을 지지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권역별 정당득표율에서도 미래한국당은 서울·경기(34.3%→32.2%)와 충청·대전(35.6%→34.8%)에서 20대 총선과 득표율이 약간 감소했지만,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서울·경기에서 7%포인트 이상, 충청·대전에선 4.2%포인트 득표율이 상승했다.
영호남이 양당 지지로 갈라지며 지역투표 성향도 뚜렷해졌다. 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는 견제심리가 발동하며 통합당이 지난 총선보다 선전했다. 통합당은 무소속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TK 25석 중 24석을 석권했다. 호남에선 무소속 이용호 후보(전북 남원·임실·순창)를 뺀 나머지 지역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역대 총선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충청 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만 놓고 보면 민주당에 무게가 실렸다. 민주당이 충청의 28개 의석 중 20석을 차지해 통합당(8석)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3석 앞섰지만 이번에는 의석차를 12석으로 벌렸다. 하지만 민주당이 싹쓸이한 대전(7석)과 세종(2석)이 아닌 충남과 충북에선 민주당이 압도하지 못했다. 충청 결과가 전국 판세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주는 것은 아닌 셈이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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