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표의 비례성' 본래 취지 살릴 방안 원점서 고민해야"
통합당 "현 정치지형서 다당제 구조화 바람직한가"
발언하는 이인영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이은정 기자 =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패한 실험'으로 귀결되면서 여야가 제도 보완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높은 정당 득표율에도 소선거구제인 지역구 선거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즉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 성과가 미흡한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더 떼 주는 방식으로 의석수를 보정해 '표의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 자체를 반대한 미래통합당이 법망의 '틈새'를 이용해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고, 제도 개혁에 동의했던 더불어민주당마저 비례정당 창당에 뛰어들면서 이번 선거는 결국 소수정당의 공간을 축소하고 양당제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도 도입에 찬성한 측도, 반대한 측도 이번 제도 도입을 '실패'로 규정하는 이유다. 다만 민주당은 '보완'에, 통합당은 '폐지'에 방점을 찍으면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정의당 등 원내 소수정당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한 민주당은 '비례성 강화'라는 본질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는 당초에 구상한 정치개혁 원안이 협상을 거치며 '누더기'가 된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내용을 더하고 빼는 과정에서 제도 자체가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왜곡됐고, 결국 선거법 개정에 찬성한 당사자마저도 따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발언하는 원유철 대표 |
정치개혁안 협상 과정을 잘 아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구상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권역별 명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잘 맞물려 돌아가도록 해야 했는데, 협상 과정에서 일부는 남고 일부는 빠지면서 도저히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형태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원래의 취지를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개혁 원안은 비례성 강화뿐 아니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고려도 담겨 있었다"며 "지금 선거법에는 그런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21대 총선에서 지역주의로 회귀한 결과가 나온 만큼 향후 논의는 이런 구도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애초에 반대한 통합당은 제도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KBS 개표방송에 출연해 "선거법 개정은 다당제 구도를 만들어 한 정당이 절반을 넘는 거대 정당 중심으로 가기보다 2당, 3당과 연합의 정치를 하는 걸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취지에서 보면 이번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변화된 한국의 정치제도나 지형에서 다당제를 구조화하는 게 바람직한지 지금과 같은 양당제 기초하에서 여러 소수정당을 병립시키는 게 바람직한지는 앞으로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정의당의 경우, 당초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정치개혁 원안의 형태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위성정당의 창당을 차단하고,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의 연동률도 현재의 50%에서 10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제도의 개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에 당장 '드라이브'가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제 총선을 막 끝낸 상황에서 여야 모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선거제 보완은 권력구조에 대한 고민과 함께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큰 틀의 맥락 속에서 숙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박형준 위원장도 "선거제 개편은 불가피하게 권력 구조문제와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분리해서 논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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