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민주당부터 겸손하고 포용력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각 분야의 개혁 작업이나 코로나19 사태 해결 등을 위해 집권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한 면도 있지만 크게 보면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통합당이 너무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승리에 취해 '이제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식의 오만함이 비치면 국민의 마음이 언제 다시 돌아설지 모른다. 권력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와 같다. 의석수에서는 여당이 압도적이지만 정당 투표율은 더불어시민당과 친여 성향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을 합쳐도 40%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위성 비례 정당 창당 과정 등에서 비판받았던 '내로남불식' 행태가 재연되지 말아야 한다. 정파적 이익보다 공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유권자의 신뢰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멀리 보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정의 책임이 더욱더 무거워진 만큼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서는 포용력도 보여야 한다. 180석 의석을 확보하면서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야당의 '발목잡기'나 전임 정권의 문제라는 식의 핑계도 없어졌다. 커진 권한이 만큼이나 책임도 커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통상 집권당을 심판하는 무대인 총선에서 오히려 혹독한 심판을 받은 통합당은 뼈를 깎는 반성과 살가죽을 벗겨내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차명진 후보의 막말 파문, 공천 잡음과 같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패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희망이 없다. 자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지 3년이 넘었고, 선거마다 판판이 졌는데도 통합당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균형 감각이 예민한 소위 중간지대 유권자들로부터도 번번이 외면받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세대들이 왜 관심조차 갖지 않는지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그들의 눈에는 통합당이 민주주의 체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혁하는 건전한 보수가 아니라 과거의 기득권에는 집착하는 병든 수구 세력일 뿐일 수도 있다. 좋은 야당이 좋은 정부를 만든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서도 대표 사퇴 정도로 상황을 어물쩍 넘기면 곤란하다. '위장 개혁'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혁신으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과 비전, 가치를 내놔야 한다. 국민이 이를 보고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인정할 때야 통합당도 비로소 수권 정당의 자격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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