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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연합시론] 소수당 쪼그라들고 지역쏠림 부활한 4·15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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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4·15 총선 민의로 구현될 제21대 국회의 특징은 일당 우위의 양당 과점 체제로 요약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얻어 압도적 다수당이 됐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비례 위성 미래한국당이 뒤이어 103석의 견제력을 확보했다. 양대 세력의 합산 의석수만 전체의 94%를 상회한다. 두 세력의 지지층 결집이 가져온 결과는 그랬다. 이들의 독과점 탓에 의미 있는 중·소 규모 의석을 가지고 캐스팅보트 같은 역할을 하는 중간 소수당들은 사실상 질식당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3석을 획득하는 데 그쳐 주변부 정당으로 추락했다. 지난 번 호남의 민심은 미덥지 않은 일시적 신탁에 불과했음이 확인되었고, 특히 진영 대결이 주춤하면 몰라도 그것이 강화될 때 중간당이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이 다시 증명되었다.

전통의 진보정당인 정의당도 고작 6석 유지에 만족해야 하는 선거였다. 소수당의 현저한 약세는 통합당이 시작하고 민주당이 더 노골적으로 가담한 위성정당들의 비례의석 석권 때문이다. 거대 양당을 과대대표하는 종전 선거법을 고쳐 역대 처음으로 다당제 구현을 안정화하려고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거대 양당의 탐욕 앞에 고꾸라진 것은 한국 정당정치의 비극이다. 선거제도의 한계 때문에 과소대표되고 있는 소수당의 목소리가 더 묻힐까 걱정이다. 다양성 없는 의회는 편향과 독주의 유혹을 견디기 어렵고 중간 매개 없는 의회정치는 거대 양당의 충돌을 완충할 기제를 마비시켜 협력정치의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 연동형 비례제든, 중대형 선거구제든 조금이라도 더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진짜 선거제 개혁은 21대 국회의 몫으로 남았다.

지난 총선에서 퇴조할 기미를 보인 지역주의 투표 양태가 부활한 것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그늘이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가장 크게 체험한 대구·경북(TK) 선거구 25곳을 통합당(무소속 홍준표 당선인 포함)이 싹쓸이했다. 명분 있는 지역주의 타파에 계속 도전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낙선은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일이다.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김 후보는 그러나 민주당의 영남 주자로서 가능성을 키워 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TK를 포함한 민주당의 전체 영남권 지역구 의원 수는 20대 땐 12명이었지만 7명으로 감소하게 됐다. 반면 통합당은 영남권 압승에 힘입어 제1야당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모두 28석이 걸린 호남에서는 한 곳을 빼고 민주당 후보들이 전원 당선되어 공고한 정당 지지세를 과시했다.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보이지 않았고, 통합당은 20대 때 2석을 얻은 것이 잠깐의 기적이었음을 절감해야 했다. 흔히 지역주의는 박정희 개발 시대에 생장하여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대선, 3당 합당 등을 거쳐 심화했다고 학자들은 짚는다. 어느 나라건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 등에서 기인한 지역주의는 있게 마련이나, 한국의 지역주의가 절망적인 것은 정치엘리트 충원과 지지 동원에서 더 공고화한 이데올로기라는 데 있다. 더욱 사태를 어렵게 하는 것은 과거 정권 때 한때 일었던, 또는 누적된 호남의 저발전과 배제, 영호남 대결이 지역주의의 골간을 이뤄 극단적 표심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역주의는 좋은 정치의 적이자 민주정치의 장애다.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좌절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제도적, 정책적 대책을 실천하고 지역주의를 깨려는 정치인들의 도전을 높이 사고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정치적 통로를 지속해서 넓혀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난제의 해법 모색까지 21대 국회의 필수 과업 리스트에 포함된다면 한국정치는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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