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는 4년 전 '판'이 달라졌다.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꼽혀왔지만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연출했다.
민주당은 8개 선거구 중 3곳(강남을·송파을·송파병)을 가져갔다. 4년 후 2020년 수성이 쉽지만은 않다.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세금 폭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야 모두 '강남 민심'을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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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내내 '블랙아웃'…여야가 보는 강남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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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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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강남벨트는 이번 총선에서 중요성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현역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합하는 송파을을 빼고는 여론조사가 진행된 곳이 없다.
사실상 총선 내내 블랙아웃(공표금지) 기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강남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초을은 여론조사 안 하나요' 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강남 선거는 격전지라기보다 통합당에 우세한 지역으로 평가된다"며 "핫이슈 있는 곳은 딱 한 군데 배현진 후보가 나온 송파을"이라고 말했다.
각 당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와 판세분석을 토대로 강남 민심을 읽으며 대응한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이변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강남3구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민주당이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있다"며 "특히 종합부동산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여론 흐름을 보면 강남3구 지역은 여론조사 결과보다 (민주당) 표가 잘 나오는 곳"이라며 "현장에서는 2~3주전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파을, 강남을, 서초을은 박빙이긴 하나 지금은 긍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은 강남3구를 현 정부 경제와 부동산 정책 심판 선거 지역으로 본다. 통합당은 49개 의석이 걸린 서울에서 강남갑·강남병·서초갑·서초을 등을 경합우세로 분석했다. 또 송파을에서도 승기를 잡은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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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꺼내든 '종부세 완화'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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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판세를 뒤집을 카드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꺼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까지 강남 한복판을 찾아 "강남3구 민주당 후보들이 1가구 1주택 장기 거주자의 종부세 완화를 중앙당에 건의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앙당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1가구 1주택 세금 부담 경감은 필요하다고 직접 말씀 하셨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이 계류된 상태다. 여당은 종부세율은 인상하더라도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부담은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4년 전 어닝서프라이즈, 재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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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강남을 후보가 14일 새벽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보다 당선이 유력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2016.4.14/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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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판세를 보는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민주당이 이변을 일으킨 어닝서프라이즈가 4년 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있는 반면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잡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사는 "민주당이 종부세까지 건드리는 것을 보면 강남이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당 기조와 조금 다른 메시지를 던져서라도 지지를 얻으려는 모습 같다"고 봤다.
김 이사는 "처음 출마한 태구민 통합당 후보가 앞서는 등 강남지역은 보수화된 지역이기는 하다"며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강남 보수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영향이 있던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고 재난지원금도 상위 30%는 끝까지 안 준다고 했다면 강남벨트는 다 (미래통합당에) 넘어가는 거였는데 (100% 지급으로) 기조를 바꿨다"며 민주당의 반전이 가능하다고 봤다.
박 대표는 특히 강남을은 강남임에도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구로 분석했다. 강남을은 전현희 후보가 20대 총선 때 진보진영 후보로는 24년 만에 당선돼 주목 받은 곳이다.
박 대표는 "전통적으로 청담동이 있는 갑은 보수세가 강하지만 강남을은 대치동 외 세곡동과 개포동은 보수세가 오히려 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이 갑과 을 2개 지역구로만 선거를 치른 1996년 홍사덕 의원이 무소속 당선되기도 했고, 서울시장 선거 때도 박원순 시장이 강남벨트에서 표를 많이 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기자 realse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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