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3년과 20대 국회 의정 4년을 평가하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을 주도한 이른바 '탄핵국회'의 재정렬 선거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그 점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정부 능력, 사회 정의, 격차 완화 등 '탄핵 촛불'이 밝힌 시대적 과제 대응과 관련해 정부와 의회가 보인 공과(功過) 심판이 표심으로 구현될 게 분명하다. 여야의 강력한 지지세 동원에 민심이 두 쪽 난 가운데 누군가에겐 정부 뒷심론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누군가에겐 정부 견제론이 한층 그럴듯하게 들릴 터이다. 이 양론은, 돌발 변수로 나타났지만 상수가 되어 선거국면을 지배한 코로나19 대응 난제와 맞물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난' 극복을 위한 여당 지지를 D-1 메시지로 내놓은 것이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연일 여권의 '폭주'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대유행, 또 이에 얽힌 경제난과 민생 악화는 그 이전과 이후 사회를 구분 짓는 지난한 도전인 만큼 유권자들은 이에 유능하게 응전할 환경을 구축하는 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고 대의원(국회의원)의 올바른 선출이 운용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사흘 전 유권자들은 역대 최고인 26.69% 사전투표율로 뜨거운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너나없이 투표장으로 가 투표도 승리하고 코로나 방역도 승리하는 성숙한 민주역량을 과시한다면 더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금 한국 총선은 세계가 지켜보는 정치 이벤트다. '나'를 대신하여 공동체의 사무를 솜씨 있게 다루고 공공선과 공익을 위해 대의권력을 선용할 국민대표를 뽑아야 한다. 마음에 쏙 드는 정당과 후보자가 없다고 해서 '나 하나쯤이야'라며 기권하는 이들이 늘면 민주주의는 꽃망울도 터뜨리기 전에 시들어 버린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투표권의 행사는 덜 나쁜 정치를 위한 최소 투자이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대 보험임을 기억하자. 참여만이 변화와 희망의 씨앗이다. 총선 인기 유세곡 가사처럼 '싹 다 갈아엎는다'는 것은 애초 망상이다. 민주주의의 참호는 한 표 한 표의 뗏장이 누적한 결과이며 거기서 민주사회의 진지전이 시작됨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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