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대표적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에너지부 관료들이 OPEC + 영상회의에 참석해 감산 논의를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 비서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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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주축으로 9일(현지시간) 개최된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 긴급 영상회의는 무려 11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회의 전개에 따라 국제유가가 사상 최대 폭으로 출렁거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유가는 장 초반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하루 20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13% 넘게 치솟았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되면서 감산 규모가 예상보다 작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유가는 다시 9% 폭락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4월 산유량 기준으로 감산 규모를 결정한다는 회의 전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달부터 산유국들은 산유량을 대폭 늘린 만큼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실질적인 감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지나가면서 감산 규모와 시기, 방법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에 의견 대립이 이어졌고 향후 두 달간 현재보다 하루 10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회의 초반 2000만배럴 감산량의 절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날 WTI 5월물 가격은 배럴당 2.33달러(9.3%) 급락한 22.7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우여곡절 끝에 1000만배럴 감산안이 합의되더라도 유가 하락세 진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배럴 급감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1000만배럴 감산은 공급과잉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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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원유 공급과잉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 등 OPEC+에 가입하지 않은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원유 감산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유가가 바닥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셰이머스 오리건 캐나다 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댄 브루일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캐나다와 미국은 10일 G20 회의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OPEC+ 영상회의가 하루 1000만배럴을 감산하는 데 잠정 합의하고도 공동합의문을 내지 못한 것은 멕시코가 감산 합의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추가 협상이 예고됐지만 멕시코 입장과 OPEC+ 합의안 간 간극이 커 국제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블룸버그는 10일 "사우디와 러시아가 오는 5~6월 하루 1000만배럴 규모로 생산을 줄이는 데 합의하는 방향으로 OPEC+ 회의가 흘러갔으나 멕시코가 동참 거부를 선언해 공식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OPEC+는 당초 멕시코에 하루 40만배럴 감산을 제안했으나 멕시코가 10만배럴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회의장을 떠난 로시오 날레 멕시코 에너지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하루 10만배럴을 감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멕시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산유량 증대로 시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지난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은 0.1% 감소하며 1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2018년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원유 증산을 공약한 상태다.
이날 OPEC+가 잠정 합의를 본 1000만배럴 감산안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가 하루 250만배럴씩 감산하고 이라크 100만배럴, 아랍에미리트(UAE) 70만배럴, 나이지리아가 42만배럴 등 감산 부담을 각각 떠안기로 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는 제재와 내전 문제로 이번 감산에서 제외됐다. OPEC+는 5~6월 하루 감산 규모를 1000만배럴로 유지한 후 연말까지 감산 규모를 800만배럴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후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감산 규모는 하루 600만배럴로 더 낮추기로 했다.
국제유가 전쟁은 지난달 6일 감산 논의를 위한 OPEC+ 회의가 사우디와 러시아의 이견으로 결렬되면서 촉발됐다. 이후 사우디가 4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1230만배럴로 높이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하면서 유가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락이 겹쳐 유가는 올해 초 대비 60%가량 떨어졌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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