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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외환·금융위기 겪은 5070개미…폭락장서 철저히 우량주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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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개미 vs 2020 개미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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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쯤 삼성전자 주식을 사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늘 있었죠. 지금 하락해도 언젠간 오른다는 믿음이 있는 데다 배당도 받고, 나중에 주식이 오르면 노후자금으로 쓰겠다는 마음으로 샀습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오픈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는 은퇴자 김 모씨(65). 그는 "어차피 이번 위기도 잘 극복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대한민국은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투자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 증시에서 39%를 차지하던 외국인이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팔았지만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무관심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밀물처럼 들어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주가는 개인들의 거침없는 매수 덕분에 반등에 성공했다. 저점에서 20% 회복까지 걸린 시간은 단 12일.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이 마치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동학개미운동'은 아직 진행 중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은 베이비붐 세대다. 최근 들어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20·30대 젊은 층의 신규 유입이 두드러지지만 여전히 개미 중 '큰손'은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 연령별 분포'를 보면 주주 수 기준으로는 베이비부머에 속하는 50~70대가 46.4%를 차지한다. 보유 주식 수로 보면 61.5%에 달한다. 숫자도 숫자지만 영향력도 이들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왜 '동학개미'가 됐을까. 이들은 1997년 터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경험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잘 극복한 과정을 기억하는 베이비부머는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신뢰하며 주식을 산다"며 "특히 이들은 자산을 많이 축적해 놓은 연령대이고, 인구 구성 비중도 가장 많아 파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7년 11월 21일 IMF에 긴급 자금 지원 요청을 공식 발표하면서 506.07이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351.45까지 떨어졌지만 1998년 3월에 500대를 회복했고, 이후 1998년 6월 280까지 하락했지만 1999년 1월 600선까지 올라가며 대세 상승으로 이어졌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400대였던 코스피는 두 달 만에 900대로 수직 낙하했지만 6개월 만인 2009년 1400대를 회복했고, 사태 발생 1년 뒤인 2009년 9월엔 1700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개미들은 당시 큰돈을 벌지 못했다. 외환위기 때는 사회초년병으로 주식 투자에 나설 만한 돈이 없었고, 2008년에는 자녀 교육과 아파트 구입에 올인하느라 재테크에 소홀했다. 이제는 은퇴자 혹은 은퇴에 임박하면서 '주식으로 돈 벌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 속에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함부로' 주식을 살 수도 없다. 최근 개인의 투자 대상이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내 초우량주에 집중되는 이유다. 2008년의 개미들은 당시 인기 있던 업종 위주로 사들이는 '트렌드 투자'를 했다면, 2020년엔 철저히 시총 상위만을 사는 우량주 중심 '펀더멘털 투자'를 한다.

2008년 9~11월 3개월 누적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포스코, SK하이닉스, 대림산업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시총 상위 10위권 내 종목은 포스코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2020년 개인들은 1~3월 3개월간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선주, SK하이닉스 순서로 사들였다. 특히 액면분할로 개인들의 접근성이 좋아진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개인 순매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가깝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합치면 삼성전자 비중은 46.3%로 절반에 가깝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 효과를 통해 '한국이 망하는 게 아니라면 삼성전자는 지금 가장 싸게 살 기회'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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