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 국민에 긴급재난지원금’ 각론선 입장차
민주 “16일부터 임시국회…긴급재정경제명령 수용”
통합 “올 예산 항목 조정 100조 마련…주중 지급 가능”
유승민 “통합당 포퓰리즘 부화뇌동”…기재부도 ‘난감’
더불어민주당은 7일 긴급재난지원금 4월 내 지급, 오는 16일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주장하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야당이 요구한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건의’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추경보다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에 우선순위를 뒀고, 일각에선 “선거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 없다”며 전 국민 지급 반대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현안점검회의에서 “4월 내 지원금 지급을 서두르기 위해 총선이 끝나는 즉시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16일부터 추경을 처리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긴급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선제적으로 요청했다. 지난 6일 이해찬 대표가 ‘전 국민 대상 지급’으로 선회한 지 하루 만에 여야 회동 등 실무 절차에 속도를 낸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는 추경안을 제출하면,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지급 대상을 ‘모든 가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문제도 요청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는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요구했던 사안이다. 이 원내대표는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법리 검토 때문에 발동 요청을 자제해왔으나, 제1야당 선대위원장과 당 대표가 동의하는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헌법상 중대한 위기 상황 등 국회가 열리기 힘들 때 발동하게 돼 있지만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긴급재정명령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발동한 것이 유일하다. 민주당의 발빠른 조치는 총선을 앞두고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주도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통합당은 일단 추경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긴급지원을 하려면 추경은 시일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국가재정에도 추가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합당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이후 일관되게 ‘올해 예산 512조원 중 불요불급한 항목을 조정해 100조원을 코로나 수습 재원으로 돌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대통령 권한인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면 당장 이번주 내에도 전 국민 50만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당장 급한데 선거 끝나고 국회 열리고 그렇게 (추경을) 해서 주겠다는 것”이라며 “그사이 한국 경제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소득 하위 50%’ 대상에게 지급하는 기존 기획재정부 안을 주장했다.
기재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재난지원금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총선 결과와 야당의 동의 여부 모두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청와대와 조율된 입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도 ‘5월 중에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말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수용 의사를 밝힌 긴급재정명령권 발동도 무리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홍두·김형규·박은하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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