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ㆍ15 총선은 감염병과 관련한 보건의료적 측면에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 속에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아주 드문 경우여서다. 방역수칙에 따른 엄격한 총선관리와 유권자들의 세심한 투표행위가 결합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유사한 전국단위 선거를 준비 중인 다른 국가에 모범적 사례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지켜봐서가 아니라, 누구한테 과시하기 위해서도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안전과 공존을 위해 합심 노력한 결과로 얻을 수 있는 '망외'의 소득인 셈이다. '무감염 투표'를 위해 선관위는 전국 투표소마다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하며, 유권자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가 선거일 당일 마스크를 나눠주려던 계획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막혀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관이 나서 작정하고 지급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적어도 미처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나온 유권자의 요구에 응해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스크 미착용이 참정권 상실과 등가로 매겨진다면 과연 납득할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또, 자가격리 2주간 때문에 투표를 원천 봉쇄당할 처지에 놓인 유권자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관위는 끝까지 '묘수'를 찾아보기 바란다. 격리 기간에는 밖으로는 절대 못 나오니까 투표도 할 수 없다는 기계적 판단과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야 절묘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방역 원칙을 지키되 이런 유연한 행정적 판단이 보태져야 총선 투표율도 올라갈 수 있다. 여야는 투표율을 정파적 승패와 연결 지어 유불리를 판단하곤 한다. 내심 충성심 높은 고정층만 투표하면 좋겠다며 은근히 투표율이 낮기를 바라는 경우마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요체는 선거이며, 그 과정을 통해 탄생한 권력이라야 그것이 의회든 행정 권력이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나치게 투표율이 낮은 상태에서 당선하는 공직자는 그 자리의 크기와 상관없이 대표성 시비에 휘말리며 늘 반대진영의 도전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상식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투표율을 내야 여야 모두 자신들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도 최소 60% 안팎의 투표율 달성을 위해 여야 모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번 선거의 지배적 정서 중 하나는 아무래도 정치 회의주의 혹은 정치 냉소주의일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무참한 형해화, 자기복제 위성정당의 '위풍당당'한 출현, 군소정당의 우후죽순식 난립 등 가상현실을 보는듯한 정치권의 도 넘은 일탈과 뻔뻔함에 넌더리를 내는 상태다. 여야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한가지라도 좋으니 앞으로 4년간 '이것 한 가지만 부여잡고 가련다'고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만한 심지 깊고 옹골진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기 바란다. 유권자들은 최선의 후보와 정당이 없다면 차선, 그것도 없다면 최악을 피한 차악이라도 선택하도록 전략적 투표 자세를 가다듬자. '기권도 권리'라는 주장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나는 세상과 유리돼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무책임한 선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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