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과 자긍심
세계보건기구(WHO) 정책자문위원이자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인 저자가 코로나 19를 비롯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필요한 생존 전략과 정책 방안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염병은 농경으로 인해 인간이 모여 살면서 본격적인 위협이 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도시인구의 팽창, 세계 교류의 증대, 환경의 변화 등은 언제라도 세계적 대유행이 닥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저자는 이 같은 전염병의 역사와 이에 대처하는 인간의 노력과 그 성과를 고찰한 뒤 대유행 시대의 생존 해법으로 건강도시 '하이게이아(Hygeia)'를 제시한다. 1875년 영국의 의사이며 위생학자 벤저민 리처드슨이 1875년 '질병 사망률이 아주 낮아져서 더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없는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위생도시'의 의미로 이 용어를 고안했다.
저자는 의료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의료서비스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하이게이아의 이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에서부터 병원에 이르기까지 막힘없는 정보가 연결되고 정확하고 정밀한 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며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사회의 정보기술이 활용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료의 이용자인 시민뿐 아니라 공급자인 의료진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포르체. 256쪽. 1만6천원.
▲ 돈의 철학 = 임석민 지음.
누구나 관심이 있고 많은 사람에게 최우선의 인생 목표 가운데 하나이지만, 누구도 선뜻 내놓고 논의하기는 꺼리는 돈의 본질과 가치관을 논한다.
한때 기업에서 일하기도 한 저자는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40년 이상 대학교 교수와 명예교수를 지내는 동안 '돈과 삶의 관계'를 주된 관심사로 연구했으며 이를 주제로 전국 30여개 대학생에게 온·오프라인 강의를 해 왔다. 이 같은 저자의 연구와 강연 활동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책은 돈의 본질을 여러 측면에서 탐구하고 어떻게 돈을 벌고 쓸지를 모색하는 것으로 시작해 구체적으로 돈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지를 가난, 검약, 부자, 사치, 부패, 횡재, 도박, 유산, 자선 등 측면에서 탐색해 본다.
이어 내가 돈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돈을 하인으로 부리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방법을 강구한다. 결국 이 같은 사유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다산북스. 416쪽. 1만8천원.
▲ = 일라이 클레어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저자는 노동계급 마을 출신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이자 친족 성폭력 생존자,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젠더퀴어, 즉 남녀의 이분법 정 성구분을 거부하는 성적 정체성을 지닌 '다중 소수자'로 살아왔다.
이 책은 저자의 이 같은 다층성을 바탕으로 단일 쟁점에 매몰되지 않는 시각을 열어주며 연대를 통한 다중 쟁점 정치, 교차성 정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한다. 1999년 초판이 발간된 후 2019년과 2105년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퀴어·페미니즘·장애학의 중요한 텍스트 가운데 하나로 널리 읽힌다.
저자는 자본주의, 가부장제, 비장애 중심주의, 인종주의, 제국주의가 서로 협력하는 마당에 소수자 운동이 이를 보지 않고 한 가지 억압에만 몰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길을 열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억압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특정 쟁점에만 몰두하는 운동이 어떻게 적개심을 부추기고 다른 차별과 착취를 무시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모든 억압의 귀결 지점인 몸, 그것도 '집으로서의 몸'에 주목한다. 결국 우리 몸을 되찾는 일, 내면화한 억압에 맞서 자기혐오를 자긍심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저항은 다양한 운동 간의 연대에 기반한 '교차성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현실문화. 336쪽. 만6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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