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만 알려도 전파 가능성 있어
표현의 자유와 상충... 폐지 주장도
후보자에 대한 소문, 이야기하면 처벌될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알리면 처벌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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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친구에게 자기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뒷담화를 하는 건 불법일까.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정보전달이고, 어떤 게 허위사실일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선거철이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람들의 뉴스를 여기저기서 접하지만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말하는 게 법 위반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온라인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판치는 요즘 같은 시기엔 자기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fn팩트체크에선 공직선거법으로 처벌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따져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철마다 쇄도하는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지난주 직접 설명자료를 제작해 홈페이지 등에 게시했다. 선관위가 직접 나서서 펼치는 ‘사이버 선거문화 자정 캠페인’에서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허위사실과 비방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 관계자뿐 아니라 유권자 및 비유권자 등 누구라도 선거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허위사실공표나 후보자 비방과 관련한 조항이 범죄행위의 주체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특정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 하는 자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상대를 비방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법은 구체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방식도 규정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이다.
여기서 문제는 기타가 된다. 대다수 시민이 쉽게 접촉하기 어려운 다른 수단과 달리 일상 공간이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퍼뜨린 정보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벌될 수 있다’.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허위사실을 알리더라도 그를 통해 불특정 다수 사람들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법이 규정한 ‘기타의 방법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992 판결,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930 판결,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5279 판결 등 참조).
이와 관련해 곽호성 변호사(법무법인 신원)는 “법원은 허위사실을 소수의 사람에게 대화로 전하고 그 소수의 사람이 다시 전파하게 될 경우도 기타의 방법에 포함된다고 본다”며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허위사실을 알렸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요건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전하는 정보가 허위란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문제가 된다. 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행위자가 공표하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표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규범적으로 이를 판단’한다고 판시(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참조)한 바 있다.
즉 알고 지내는 친구에게 술자리에서 후보자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를 말했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곽 변호사는 “가령 A가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자의 경쟁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지인인 B에게 ‘경쟁자인 후보자 C가 불륜 관계에 있다’고 말하는 경우에도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며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보아 처벌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대전고등법원은 자신과 친분이 있던 예비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 후보가 시청직원과 불륜관계에 있다고 지인에게 알린 유권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가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폭넓게 적용될 경우 선거 공정성 확보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후보자의 적격 검증을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 정치현장에선 후보 간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경우가 잦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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