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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x거래소] “트래블룰 어렵다” 암호화폐 거래소, 공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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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x거래소 기획] 최근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수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내년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통과된 안에 따르면 현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들은 2021년 9월 전에 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수리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금법 시행까지 1년, 디스트리트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이 같은 신고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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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요건 중 가장 어려운 항목으로 트래블룰을 꼽았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송수신시 양측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VASP에게 부과한 규제항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를 특금법 시행령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트래블룰을 준수하려면 상대방의 정보제공이 필요해 개별적으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도입한 자체 자금세탁방지(AML)시스템과 외부 AML솔루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트래블룰을 포함한 자금세탁방지(AML) 부문에서 공조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래블룰, 혼자선 어렵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FIU가 특금법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한 트래블룰에 대해 개별 거래소가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의 익명성 가치를 해치는 철학적 문제도 존재하는데다 암호화폐를 전송할 때 상대방의 세부정보까지 수집하려면 서로 다른 거래소 간에 기술적인 호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한 관계자는 “송금인의 정보는 알 수 있지만 수취인의 신원정보까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해 트래블룰은 자체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케이코인코리아 관계자도 트래블룰에 대해 “단일 업체에서 모든 것을 진행하기에는 제한적”이라면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VASP끼리 프로토콜이 정리되고 시행령도 나와야 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래블룰을 준수하기 위해 암호화폐 송수신자를 파악할 때 국내업체 뿐만 아니라 해외업체도 호환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도 나왔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는 “트래블룰은 전 세계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따라야 하는 것으로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술적으로는 도입할 수 있지만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간 거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거래소 차원 AML도 물음표 “솔루션 능사 아냐”

트래블룰을 비롯해 개별 암호화폐 거래소의 AML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개별 거래소가 전통 금융권 수준의 AML을 구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적·물적으로 상당히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데다 개별 거래소가 은행 수준의 제재목록 데이터베이스(DB)를 수집하는 것도 어려운 탓이다.

이에 AML솔루션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특정 업체의 솔루션을 차용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도 제기된다. AML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의심거래 패턴에 대한 사용자 데이터 축적이 핵심이다. 거래소 입장에서 AML솔루션을 쓰려면 비용 지불과 함께 사용자 데이터도 넘겨야 해 향후 정보유출이나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AML 솔루션이 국내 규제 상황에 맞지 않거나 높은 사용료도 한계로 제시됐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어떤 AML 솔루션은 AML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말하기도 전에 예산부터 물어본다”면서 “의심거래패턴도 국내 사용자 패턴은 해외와 다른데 이들은 해외 데이터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솔루션이 너무 비쌀 때도 있다”면서 “여러 업체를 알아보고 있지만 국내 거래 패턴에 맞는 마땅한 데도 없어 자체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래블룰·AML 난관에 암호화폐 거래소 공조설 솔솔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려면 트래블룰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의 AML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만 개별 거래소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래블룰은 송수신자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만큼 거래소간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AML 부문에서 개별 거래소를 넘어서 복수 거래소 간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빗코 관계자는 “트래블룰은 업계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시기에 대해 다방면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지갑을 다루는 업체들이 공조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하면서 “트래블룰 준수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공론화해 제도권에서 해결하기 위한 제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공조 논의는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한빗코, 후오비코리아, 오케이코인코리아 등 회원사들은 특금법 통과 전부터 AML부문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 관계자는 “여러 업체에서 트래블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협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트래블룰 관련 협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특금법 통과 이전에도 협회 회원사들은 블랙리스트 공유, 신원확인(KYC) 등 부문에서 협조하고 있었다”면서 “트래블룰 어렵지만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단계”라고 공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년 3월 시행되는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는 시행 후 6개월 내, 신규 거래소는 1년 내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트래블룰을 비롯해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 실명계좌 발급요건 등을 담은 특금법 시행령은 시행일 전 발표될 예정이다.

[김세진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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