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흥덕에 출마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흥덕이 이깁니다’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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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5 총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싶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선거 슬로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슬로건을 정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다. 상대 후보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전략도 담긴다.
슬로건은 전선(戰線)을 가르고 구도를 형성하다. 때문에 슬로건을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상대 후보다. 더불어민주당 충북 청주흥덕에 나선 도종환 후보는 지난 3일 미래통합당이 정우택 후보를 공천하자 부랴부랴 슬로건을 바꿨다. 당초 통합당 유력 후보로 원외인 김양희 전 충북도의회의장을 예상하고 ‘힘있는 여당 후보’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후보로 통합당이 방향을 틀면서 도 후보의 슬로건은 ‘흥덕이 이긴다. 흥덕의 자존심’으로 정했다. 정 후보가 현 지역구인 충북 상당에서 흥덕으로 옮겼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슬로건 자체를 바꾼 것이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사무소 전면에 ‘복심 아닌, 민심이 이깁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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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를 향해 더 공격적인 슬로건을 정한 경우도 있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통합당 김용태 후보는 상대인 민주당 윤건영 후보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겨냥했다. 김 후보는 31일 “내 슬로건은 복심보다 민심”이라며 “문 대통령의 복심에게 경제 실정과 공정사회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권 심판형 슬로건을 변주한 것이다. 반면 윤 후보 슬로건은 ‘힘이 되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사람’ ‘지역 발전에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후보의 약점을 최대한 피하는 것도 슬로건을 선택하는데 중요하다. 고위급 탈북자 출신으로 서울 강남갑에 나선 태구민(태영호) 후보 슬로건에는 ‘북한’을 상징하는 어떤 내용도 담지 않았다. 보수적인 지역구를 의식한 것이다. 태 후보는 지역 연고가 부족하다는 점을 만회하기 위해 오로지 ‘강남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강남’만 강조했다.
험지나 격전지에 나선 일부 후보들은 슬로건을 정하는데 더욱 신중하다. 어떤 슬로건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심의 향배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을에 나선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대표적이다. 김 후보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은 민주당의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세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대구 정서를 반영할 슬로건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충북 청주흥덕에 출마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사무소에 ‘흥덕이 이깁니다’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사무소 전면에 ‘복심 아닌, 민심이 이깁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각 후보 선거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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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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