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협상 막바지 조율
정은보 협상 대표 “조만간 타결”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대사가 31일 정부 영상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이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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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현실화됐다. 한·미 양국이 1991년 SMA 협상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SMA 대사는 31일 정부 영상 브리핑에서 “오늘 주한미군사령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며 “양국 간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가 SMA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주 한·미 정상의 전화 통화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며“특히 미국에서 많이 움직였고,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코로나19 공조 논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방위비 분담금 관련 논의도 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양국 공조, 통화스와프 등 협력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 규모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한국에 올해 방위비로 지난해(1조389억원)보다 크게 인상된 40억 달러(약 5조1000억원) 안팎의 금액을 고집했고, 한국은 10% 안팎의 상승률로 맞서왔다.
그러나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아래 미국 측이 일정 부분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당국자는 “지난 주말부터 진전이 이뤄졌지만, 무급휴직 시작 전 타결까지 이루진 못했다”며 “무급휴직 사태가 불가피해졌지만, 오래 지속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대폭 인상을 요구해온 점에서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정부의 낙관적인 관측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무급휴직이 현실화된 걸 두곤 한·미가 대북 방위 태세를 뒷전에 두고 사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북한은 이달에만 한반도를 사정권에 둔 단거리 미사일을 네 차례나 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지난달 25일 8500여 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중 4000명에게 강제 무급휴직 최종 통보했다. 당장 1일부터 대북 대비 태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SMA 협상에서 한국인 직원이 볼모가 된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됐다”며 “방위 태세보다 분담금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한·미 동맹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일 이후로도 SMA 타결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지원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정 대사는 “정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 대책 마련과 함께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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