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 북한 기만술 가능성 제기
군 "개발능력 과시하려는 북한 의도일 수도"
독일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북한이 지난 29일 초대형 방사포라고 주장하며 쏘아올린 발사체에 대해 "발사체와 발사관의 길이가 맞지 않는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르쿠스 쉴러 박사 트위터 캡처] |
군 관계자는 31일 “북한이 지난 29일 쏘아 올린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19-5)'라고 표현했지만 한·미 탐지 자산으로 확인한 발사체는 이와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부대들에 인도되는 초대형 방사포”라고 한 전날(30일) 노동신문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종류의 발사체”라고 덧붙였다.
초대형 방사포와 관련,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처음 시험 발사한 뒤 모두 7번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노동신문이 30일 공개한 사진의 발사체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발사체와 모양이 거의 비슷했다. 북한은 이들 발사체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19-2··19-3)'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29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를 발사하고 이를 초대형 방사포로 속인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주장해온 신형 4종 세트 발사체(북한판 이스칸데르(19-1),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19-2·19-3), 북한판 에이테큼스(19-4), 초대형 방사포(19-5))의 전반적인 개발 흐름으로 보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시험에 나섰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7월 31일 시험 사격이 진행됐다고 보도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의 모습. 이례적으로 화면 전체를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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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혹 제기에는 해외 전문가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이날 트위터에서 “북한 매체가 지난 30일 공개한 사진에 조작이 의심된다”며 “미사일 직경과 발사관의 크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또 발사된 뒤 이동식 발사대(TEL)를 휘감은 연기가 일부만 나타나고 화염의 밝은 부분이 사진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수상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쉴러 박사는 “몇 달 전부터 북한이 왜 비슷한 성능의 무기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하고 있는지 의아했는데 다시 사진을 보니 엉성하게 꾸며낸 가짜였다”며 “북한이 포토샵 작업을 (실제 공개한 것보다)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꼬집었다.
북한이 지난해 8월2일 실시한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시험 사격 모습. 발사관만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다. [노동신문 캡처=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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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반적 산업 역량을 고려할 때 복수의 팀이 동시 다발적으로 유사한 무기체계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북한의 발사체 기만술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 관계자는 “한·미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시험 발사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있다"며 "당시 북한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사진을 모자이크로 처리한 뒤 공개했는데 실제론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쏘고,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라고 속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발사 궤도, 속도, 사전 탐지 자료 등 한·미가 비행 특성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북한의 기만술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와 관련, 한·미 군 당국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우선 꼽힌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우리 측 분석에 혼선을 일으켜 정부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려는 것일 수 있다”며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버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7월 31일 쏜 발사체를 방사포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이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군 당국의 발표를 뒤집는 것이었다. 이후 군 당국의 대북정보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북한이 개발 능력을 허위로 과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모든 무기를 마치 동시에 독자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드러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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